한국인에 잘 듣는 약 만든다..유전정보 DB화
미국 니트로메드사의 심부전증 치료제 비딜은 백인에게는 잘 듣지 않지만 흑인에게 높은 치료 효과를 보여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흑인 전용 의약품으로 승인받았다.

미국 아스트라제네카사의 폐암 치료제 이레사는 아시아인에게 특별한 효과를 나타낸다.

같은 약이라도 인종이나 개인별 유전자의 특성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과 다국적 제약사들이 인종이나 지역별 약물 유전 정보를 얻기 위해 '유전자 사냥' 경쟁에 나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세계적 맞춤약물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물 관련 유전자 정보를 한 데 모은 은행이 하반기에 만들어진다. 이 은행 정보는 앞으로 국내 제약사와 병원에 무료로 제공돼 한국인에게 딱 맞는 신약 개발과 약물 처방에 활용돼 국내 의·약 서비스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국립독성연구원(원장 최수영)은 28일 국내 최대 유전자연구단체인 서울대 약물유전체연구사업단과 '한국인 약물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협약을 체결한다고 27일 밝혔다.

독성연구원은 또 내달 중 인제대 약물유전체센터와도 계약하는 등 국내외 연구기관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약물 관련 유전정보를 확보키로 했다.

최수영 원장은 "세계적으로 약물 유전정보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어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올 하반기 1차로 확보한 한국인 약물 유전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1차 공개 정보에는 40개 약물에 대한 10개 항목의 유전자 정보가 담길 예정이다.

최 원장은 "약물의 치료 효과나 부작용 발생은 인종과 개인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며 "국내 시판 의약품이 대부분 외국에서 개발된 것임을 감안할 때 한국인 유전 정보를 활용하면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2000년부터 12개 그룹으로 구성된 약물 유전체 연구네트워크를 구성,약물 유전정보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노바티스 화이자 바이엘 등 11개 다국적 제약사는 'SNP 컨소시엄'을 구축,현재 150만개 이상의 인종별 유전정보 차이를 규명했다.

일본은 국립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 주관으로 약물유전체 관련 프로젝트를 대규모로 수행하고 있으며 중국도 국가 차원에서 자국 국민의 약물 유전정보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혜주 독성연구원 과장은 "한국인의 약물 유전정보를 외국에서 선점할 경우 맞춤 약물 처방 서비스를 해외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며 "우리도 한국인 약물 유전정보를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