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산을 둘러싼 다툼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법원의 새 판결이 나왔다.

골자는 기존 교회에서 분리돼 나와 새로 교회를 설립한 교인들의 수가 기존 교회 전체 인원의 3분의2를 넘으면 기존 교회에 대한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의 재산도 다툼이 있을 경우 일반 사법원리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판결이다.

교회의 분열과 재산귀속에 관한 법원의 입장이 바뀐 것은 1948년 정부 수립이후 처음이다.

3분의 2 찬성하면 재산권 주장

서울 신정동 S교회 담임목사 정모씨는 소속 교단과 갈등을 빚자 지지 교인들을 모아 소속 교단을 탈퇴한 뒤 새 교회를 세웠다.

하지만 교회 이름은 종전과 동일한 것을 사용했다.

또 기존 교회 건물과 대지 등의 소유권도 본인 명의로 이전 등기해 버렸다.

이에 기존 교회가 새 교회를 상대로 소유권 말소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기각됐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1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회는 '법인 아닌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대표자를 뽑은 뒤 사회경제적인 주체로 활동하며 재산도 소유한 단체)이므로 민법의 일반 이론에 따라 재산 귀속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일부 교인(만)이 교회를 탈퇴하거나 새 교회를 세운 경우 그들은 기존 교회의 재산에 관여할 권리를 잃는 게 원칙이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개별 교회가 교단 변경을 결의하거나 교회 재산권을 주장하려면 사단법인의 정관변경 기준인 전체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법원은 다툼이 있는 교회 재산은 '분열 당시 교인들의 총유(總有)'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100명인 교회에서 5명이 다른 교단으로 갈 경우 나머지 95명은 5명의 동의를 못 얻으면 교회 재산을 처분할 수 없었다.

교회분쟁 문제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황교안 성남지청장은 "이번 판결로 해묵은 교회재산 분쟁만큼은 선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공유개념 도입도 한 대안

교회 내부의 갈등이 끝내 서로 다른 길을 걷기로 하고 재산권 다툼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은 비단 신정동 S교회만의 일은 아니다.

서울 K교회는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신도들도 양분된 상태다.

서울 강남의 또 다른 K교회에서는 담임목사 세습문제와 성문제 등이 겹쳐 신도들과의 불화 끝에 한 건물에서 따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부산 O교회는 담임목사가 여자 문제로 교단에서 면직되자 담임목사 지지파와 반대파가 갈려 다툰 끝에 반대파 신자들이 새로운 교회를 설립했다.

전북 김제의 J교회에서는 지난해 10월 재산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교역자 1명이 사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교회의 갈등과 분열이 잦은 것은 담임목사의 비리나 성 문제 등 도덕성 시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부 소수의 교인들이 교회를 탈퇴하더라도 교회 재산권은 그대로 잔존 교회(잔존 교인들의 총유)에 남는 것을 인정한 이번 판결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대체로 다툼이 있는 교회에서는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목사가 다수파를 장악하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교회에서 축출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회 재산을 총유라는 개념으로 판단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회개혁연대의 박종운 변호사는 "총유 개념으로는 분규가 있는 교회에서 양측의 완전한 합의나 교인 절대 다수의 찬성이 아니면 교회를 나눠 세울 수 없다"며 "화해가 불가능한 당사자들에게 화해를 강권하기보다 공유 개념을 도입해 지분별로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서화동·김병일 기자 fireboy@hankyung.com

[ 용어풀이 ]

◇ 총유(總有) = 어떤 단체가 '법인 아닌 사단'으로 인정될 때 그 단체의 재산은 단체의 구성원들이 집합체로서 소유하게 되는데 이를 총유라고 한다. 단체의 구성원들은 총유재산을 사용 또는 수익할 권리를 갖지만 처분할 권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