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 디자이너 → 댄서 '8색조' 변신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가 좌우명

신인 디자이너 발굴에도 일가견


중년의 패션 디자이너가 '춤'에 푹 빠졌다.

박윤수 서울패션아티스트협회(SFAA) 회장(52)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일 막을 올리는 '2006~2007 가을 겨울 SFAA 서울 컬렉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준비를 총괄하랴,24일 본인의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 마흔 벌이 넘는 작품을 챙기랴 정신 없이 바쁘다.

그런데도 요즘 부쩍 재미를 붙인 '춤추기'를 빼먹지 않는다.

협회 사무실에 앉아 컬렉션 준비 상황을 챙기면서도 책상 아래로는 '슬로슬로 퀵퀵,원 투 스리 포' 리듬에 맞춰 틈틈이 스텝을 밟으며 업무로 쌓이는 스트레스를 상쾌하게 날려버리는 것.덕분에 박 회장은 춤을 배우기 시작한 지 1년 만인 지난 2월 MBC의 댄스 배틀 프로그램인 '댄서의 순정'에 출연할 만큼 실력이 성장했다.

"중학교 때 축구선수로 뛰어서 발놀림 하나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축구선수에서 디자이너로,그리고 이제는 다시 댄서로….파격적인 변신이다.

늘 두 딸에게 '고여 있는 물은 썩는다'며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것을 충고해 왔는데 춤을 배워 자신이 직접 그것을 증명해 보여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란다.

박 회장의 두 딸 소정·소영씨 역시 영국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 중이다.

피는 속일 수 없는지 작은 딸 소영씨는 지난해 말 영국 '던롭'사가 주최한 패션 디자인 공모전에서 쟁쟁한 유럽 디자이너들을 물리치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번쩍이는 트로피를 아버지에게 안겨준 딸 앞에서 한국의 정상급 디자이너 박윤수가 '기쁨의' 룸바와 차차차를 추는 모습은 어땠을까.

그는 또 2년 전부터 맡고 있는 SFAA 회장으로서 우수한 신인 디자이너 발굴에도 열심이다.

SFAA는 이를 위해 신인 디자이너 발굴 프로젝트도 열고 있다.

이번 SFAA서울컬렉션 무대에 서는 손성근씨(33)도 그렇게 찾아낸 보석 중 하나다.

박 회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동대문에 뛰어든 손씨를 "현장에서 깨지면서 배워 시장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평가한다.

보통 패션스쿨에서 공부한 디자이너가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데 반해 손씨는 옷이 팔려나가는 상황에 따라 웃고 우는 시절을 거치다 보니 자신의 의상을 '상품'으로 볼 줄 아는 눈이 있다는 의미다.

손씨처럼 시장이 인정해 준 디자이너를 발탁한 이유에 대해 박 회장은 "이제 정부가 주는 예산에만 기대어 팔리지도 않을 옷을 쇼처럼 보여주는 서울컬렉션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디자이너가 컬렉션을 통해 수익을 내고 그것으로 다음 컬렉션에 내놓을 작품을 준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SFAA 신인으로 서울컬렉션 무대에 서는 남성복 디자이너 손성근씨의 패션쇼는 21일 오후 2시30분부터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