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는 현대차 그룹 계열사가 부실채무 탕감을 위해 정ㆍ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3일 "회계법인 전 대표 김동훈(57ㆍ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씨가 현대차 그룹의 부실채무 탕감과 관련해 수십억원을 받고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나 이달 11일 체포해 오늘 새벽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김씨가 정ㆍ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 외에 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게 로비한 단서가 확인되면 특경가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01년 12월 ㈜위아 주식을 45.3%씩 총 90.6%를 인수했으며 당시 연간 당기순이익 611억원을 내던 위아의 주식 694만주를 주당 100원, 총액 기준 7억원도 안되는 돈으로 인수해 의혹이 일었다.

기아차는 기아사태 당시 은행빚이 739억8천만원에 달했던 ㈜위아를 윈앤윈21과 한국프랜지공업 등에 매각해 계열분리시켰다가 2001년 12월 재인수해 파킹(특수관계인 등에게 회사지분을 맡겨두는 것)을 통해 부실채무를 털어냈다는 의혹도 있었다.

검찰은 또 한국프랜지공업에 팔렸던 옛 기아차 계열사인 카스코, 윈앤윈21 등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에 매각됐던 본텍이 현대차그룹에 재편입되는 과정에서 채무탕감 로비 시도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부실채무 탕감과 관련한 현대차그룹의 청탁을 받으며 금품을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 안건회계법인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13일 위아의 자금 관련 임직원들을 불러 부실채무 탕감을 위한 로비 의혹, 정몽구 회장의 지시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윈앤윈21 등 CRC 5개사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며 위아 외에도 탈법적인 부실채무 탕감이 이뤄진 계열사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검찰은 현대오토넷의 이일장 전 사장과 주영섭 현 사장을 금명간 소환해 2001년 말 본텍을 고가에 인수해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게 막대한 평가이익을 안겨준 이유를 파헤칠 방침이다.

채 기획관은 "현대차의 비자금 조성 과정과 기업 비리에 대한 수사는 상당히 초스피드로 진행돼 이번 주말이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용처 수사는 비리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수사가 장기화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경제단체들의 우려가 크지만 로비 수사에 관한 부분은 장기화되더라도 기업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한다"고 밝혀 현대차그룹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