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으로 가정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을 살해한 30대 주부에게 이례적으로 집행 유예의 선처가 내려졌다.

창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12일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임모(39.여)씨에게 살인죄를 적용,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말기암 환자 간호 등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가정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극도의 두려움과 증오심에서 범행에 이르게 됐고,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순간적이고 우발적인 충동에서 비롯된 점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재범 위험성이 없는데다 어린 자녀의 어머니 보호가 요구되는 점, 범행 직후 경찰에 자수하고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선처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앞서 유족에게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한 뒤 이 같은 선처에 반대한 소수 의견을 통해 "임씨는 결혼 이후 10년에 걸쳐 상습 폭력을 행사한 남편을 살해한 것은 인간을 죽인 것이 아니고 짐승을 죽였다고 말했지만 이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인간과 짐승을 구분할 권한이 있는지, 이 권한을 누구로 부터 받았는지 알수 없으며 이는 오만과 편견에 불과하다"며 "한 사람의 목숨은 지구보다도 무겁다'는 등 생명 존중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행유예 선고는 이례적인 것이며, 가정 폭력으로 인한 살인사건에 대해 사회 전반의 달라진 인식을 반영한 관대한 처분이라는 분석과 가정폭력으로 유발된 살인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어선 안된다는 등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임씨는 지난 95년 결혼 이후 10여년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해오던 중 지난해 6월 11일 폭력을 휘두르고 강제적 성관계를 요구한뒤 자고 있던 남편을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5년을 구형받았으며 여성 단체들은 임씨의 구명운동을 벌여왔다.

여성 변호사 등 변호사 12명이 변론에 나선 가운데 여성 단체들이 관대한 처벌을 받도록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고, 유족은 임씨가 반성하지 않는다며 엄벌을 요구했다.

(창원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ym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