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휴대폰이나 자동차가 더욱 성공하려면 고객들과 '감성적 교감(emotional sympathy)'을 형성해야 합니다."

최근 리서치 인터내셔널(RI) 코리아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영국의 줄리안 본드 RI 마케팅담당 사장(49)은 "삼성과 현대 등 한국 간판 기업들이 일본 제품보다 나은 품질과 낮은 가격으로 현지 딜러들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지만,고객들에게 직접 다가서는 데는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본드 사장은 또 "한국 기업들은 마케팅의 여러 측면 중 유통 채널을 뚫는 판촉활동에만 열심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비슷한 제품을 싸게 공급하겠다고 하면 당장 판매상들은 좋아하며 열심히 팔아주겠지만,고객들에게 삼성 또는 현대 제품만이 갖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교감을 만들지 못하면 오래 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요타가 꼼꼼하게 만들어져 잔고장이 없는 자동차라는 가치로,스웨덴의 볼보가 생명을 지켜주는 튼튼한 차라는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일종의 '교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 자동차도 그 브랜드에 담긴 어떤 가치를 심어줘야 한다는 것.본드 사장은 "제품은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게 만들도록 노력하되 마케팅 활동은 어느 하나의 가치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와 관련된 중요한 가치들은 모두 다른 메이커들이 선점하고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만큼 고객들의 욕구도 변하므로 그런 변화를 재빨리 찾아내 자기 브랜드만이 가진 가치로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중단 없는 혁신(Innovation)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RI는 세계적인 마케팅 컨설팅 그룹 WPP 글로벌의 광고 미디어 파트 주요 회사 중 하나로,WPP는 계열 광고회사 '오길비 앤 매더'를 통해 한국의 LG애드를 간접 소유하고 있다.

본드 사장은 RI의 글로벌 마케팅과학센터(Global Marketing Science Center)를 총괄하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