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남성이 만나지 않으려 하자 복수할 생각에 불륜 남자의 부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에게 법원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모두 인정,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석호철 부장판사)는 불륜관계로 지내다 결별을 선언하고 만남 을 회피하는 남성의 집에 찾아가 부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모(40.여)씨의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적법하게 조사ㆍ채택된 간접사실 및 여러 정황에 대한 법리를 종합하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아닌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이 합리적 의심 없이 배제된다고 보이므로 항소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같이 목격자 진술 등 직접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유죄의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해 형성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 간접증거에 의해도 되며 간접사실로도 범죄는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범행동기와 같은 내심의 의사는 자백하지 않는 한 간접증거에 의해서 추단할 수 밖에 없다. 피고인이 불륜 남성의 휴대전화로 160여회, 공장으로 90여회, 집으로 10여회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에 비춰 상당한 집착을 보였다고 인정되고 관계복원 거부에 대한 복수심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몸무게 48㎏인 피고인이 13㎏이 무거운 피해자를 살해하기가 쉽지 않다며 면식범이나 남자의 범행이라는 항변도 재판부는 "침대에 누워있는 피해자의 얼굴을 발로 차 정신을 잃게 하고 케이블로 목을 감아 제압한 뒤 흉기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의식을 잃은 사람을 상대로 한 범행이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배척했다. 미국인과 결혼한 영주권자인 이씨는 2003년 일시귀국해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다 사업가 L씨를 만나 내연관계로 지내다 임신해 미국으로 간 뒤 이듬해 결별을 통보받았다. 이씨는 2004년 2월 재입국해 L씨에게 집요하게 연락해 관계 복원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5월 L씨의 집에 찾아가 부인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잠적 한 혐의로 수배됐고 경찰은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이씨를 넘겨받아 체포했다. 한편 이씨는 상고해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의 몫으로 남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