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명의로 거액을 나눠 예금한 뒤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실제 예금주는 예금자보호법상 보호한도인 5000만원만 찾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실명계좌에 대해서만 5000만원까지 보호하도록 규정한 예금자보호법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다. 대구지법 민사 14단독 백정현 판사는 21일 김모씨(40)가 어머니 박모씨(70)의 돈 2억5000만원을 대구두산신협에 분산 예치한 뒤 신협 파산으로 예금을 되찾지 못하게 되자 상위기관인 신협중앙회를 상대로 낸 예금청구소송에서 "예금자보호법상 보호 한도인 5000만원만 찾을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백 판사는 "김씨가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돈을 가족 등의 명의로 분산 예치했으나 통장 비밀번호가 모두 같은 점,김씨와 신협 간에 김씨에게만 예금을 반환키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예금주는 김씨"라고 판결했다. 백 판사는 "따라서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김씨 명의의 5000만원뿐"이라며 "이는 예금자보호법을 악용한 출연자의 보호를 배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두산 신협에 근무하는 친구의 권유로 2억5000만원을 자신과 아내,어머니,사업체 2곳 등 5명의 명의로 5000만원씩 분산 예치했으나 이후 신협의 파산으로 신협중앙회에 지급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어머니 명의로 소송을 냈다. 예금자보호법은 실명계좌에 대해서만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가족 명의 계좌 등의 경우 예금자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차명계좌인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어려워 법적 다툼이 많았다. 한편 신협은 파산할 경우 신협중앙회 기금에서 1인당 5000만원 한도까지 예금을 보호해주고 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