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어윤대 고려대 총장 "同門자녀 우대制 필요"

지난해 개교 100주년을 맞은 고려대학교는 '민족사학'이라는 종전 이미지에서 탈피, '글로벌 대학'으로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낸 주역은 어윤대 총장(60).고대 출신(경영 63학번)으로 1979년부터 모교에서 후배를 가르쳐온 그는 단과대학과 교수들 간의 경쟁 유도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높여왔고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3438억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모금하는 등 국내에서 대표적인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오는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벌써부터 한국은행 차기 총재 후보 등으로 거론되고 있는 어 총장을 만나 '막걸리 대학'을 '와인 대학'으로 변모시킨 리더십을 엿보았다.


-지난해 100주년 기념 선물로 '와인'을 들고 나올 만큼 재임 기간 내내 '역발상(逆發想)'이 돋보였다.

"지난해 영국 '더 타임스(The Times)'가 실시한 세계 대학 평가에서 아시아 사립대학으로는 유일하게 184위에 오른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

국가 보조금 비율이 높은 중국이나 싱가포르의 국립대와 비교해 전체 교육비 중 보조금 비율이 4%에 불과한 데다 등록금 수준도 높지 않은 한국의 대학이 200위 안에 든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일본의 와세다나 게이요와 같은 명문대도 여기에 끼지 못했다."


-지난 3년간 고대의 변화상을 설명해달라.

"목표관리경영제(MBO·Management By Objective)를 도입해 단과대학별로 교수 1인당 논문 수,학생취업률 등 8개 목표를 세우도록 하고 이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했다.

수요자 중심 교육을 위해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불러 3년째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학장 학과장 인사과장 등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양성 방안을 놓고 고민한다.

이에 힘입어 고교생들의 고대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높아졌다.

기업들도 앞다퉈 고대 출신을 찾는 등 1960년대 초 4·18 학생운동 이후로 학교의 이미지는 최고 수준에 있다.

신입사원이 갖춰야 할 요건은 열정(도전정신)과 팀워크,창의성,국제적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한다.

그동안 가장 취약한 대목이었던 '국제화' 문제도 상당부분 보강됐다.

2006년 현재 학부 전체 강의의 34%가 영어로 이뤄지고 있다.

2010년에는 이 비율이 60% 이상으로 높아진다.

몇 년 뒤부터 모든 고대 졸업생은 '이중언어 구사자(bilinguial)'가 되는 셈이다."


-연세대가 송도 캠퍼스 조성을 발표하는 등 대학마다 중장기 비전을 내놓고 있다.

"연세대의 송도 진출은 아주 훌륭한 계획이다.

자연·이공계는 지속적으로 연구공간을 필요로 하는데 송도는 좋은 해결책이다.

그렇지만 고대는 2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할 능력이 없다.

대신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 있는 서창캠퍼스를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송도 투자비용의 3분의 1만 투입해도 행정과 바이오 분야 등에서 명문 캠퍼스로 키울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중 샌디에이고에 있는 UCSD는 설립 40여년 만에 UCLA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대학이 되지 않았나.

2010년 30주년을 맞는 서창 캠퍼스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공주·연기까지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오송생명과학단지와는 5분 거리다.

이를 십분 활용,행정 관련 학과와 전공을 강화하고 경상대학을 행정경제대학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오송단지 내에도 1만여평의 부지를 매입해 의·생명 및 공학,정보통신 분야를 강화하는 데 사용할 방침이다."


-대학의 지배구조에 대해 꾸준히 문제점을 지적해왔는데.

"학장의 임기는 2년으로 세계에서 제일 짧다.

총장 임기도 4년에 불과하다.

선거 등을 통해 뽑다보면 파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학장이나 총장도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구하기 힘들다.

국내 대학이 잘 안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40대 후반의 능력 있는 분이 성과만 좋다면 별도의 선거 없이 15년씩 총장으로 근무할 수 있는 체제가 도입됐으면 한다."


-경영대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대는 주춤거리고 있지 않나.

"학부와 의치학전문대학원을 통한 신입생 선발 비중은 50 대 50이 된다.

의사가 되기 위해 1년에 들어오는 학생이 고작 100명인데 수능성적이 모두 0.5% 이내의 최우수 엘리트들이다.

우리나라도 소득이 더 높아지면 공학 못지 않게 의학·생명과학이 중점적으로 육성될 것이다.

하버드대가 세계 1위 랭킹을 유지하는 이유도 이런 특화된 분야가 강하기 때문이다.

생명환경대와 농경대를 합친 덕택에 관련 전문 인력 숫자가 국내 대학 중에서 가장 많다.

의대와의 협력연구 등을 통해 생명과학대의 연구능력을 국내 최고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 5년 내 이 분야(의대 포함) 교수들이 과학논문인용색인(SCI)에 게재하는 논문 수가 고대 전체 논문의 40%를 차지하면서 고대 발전을 이끌 것이다."


-정부의 대입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을 텐데.

"대학입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 얘기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는 옳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는 지난 2년간 정부의 3불 정책(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 금지) 등을 따르려고 노력해왔다.

정부가 설사 본고사 실시 여부를 대학 자율에 맡긴다 해도 본고사를 지속적으로 치를 대학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투입하는 인력과 시간,비용 등을 고려할 때 충분한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기여입학은 아직 정서적으로 한국사회에서는 도입하기가 불가능하다.

다만 입시제도가 자율화된다면 '졸업생 자녀에 대한 우대'(legacy) 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SAT 점수가 중상위권에 그쳤던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와 삼촌 덕분에 예일대학에 진학했다.

이래야만 학교에 대한 구성원의 열정과 개성이 생긴다."


-향후 계획은.

"졸업생 중 열에 아홉은 재임에 도전하라고 '협박'하는데 10년쯤 보장되면 다시 (총장직) 하고 싶다.

(웃음).정치는 절대 할 생각이 없고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

다시 교단에 돌아가는 것은 부담스럽다.

젊은 교수들과 이론적으로 싸워 이길 것 같지 않다.

무엇이든 부가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한국은행 총재직의 경우 국제금융을 전공해서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경제공동체가 가시화되면 그동안 국제화에 역점을 뒀던 학교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정리=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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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윤대 고대 총장 약력 ]

-1945년 경남 진해 출생

-1963~1978년 고려대 경영학 학·석사,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박사(국제경영·재무)

-1982~1998년 고려대 무역학과장,경영대 교학과장,교무처장,경영대학원장

-1992~1996년 한국제경영학회장,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한국금융학회장

-2002~2003년 한국경영학회 회장

-2003년~현재 고려대 총장,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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