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낮(한국시간)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2대 1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자 시민들의 환호성이 봄 하늘을 찔렀다.

이날 승리로 한국팀이 WBC 4강 진출이 확정되자 시민들의 기쁨과 감동은 배가됐다.

특히 "한국이 30년 동안 일본을 못 이기게 해주겠다"는 일본 선수 이치로의 자만스런 발언 직후 일본에 3대 2로 승리한데 이어 이번에도 이김으로써 한국의 승리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는 점에 시민들은 뿌듯함까지 느꼈다.

이날 사무실이나 기차역, 터미널, 지하철역 등에 설치된 TV로 중계방송을 보던 시민들은 8회초 1사 2ㆍ3루의 상황에서 이종범이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자 일제히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은 7회말까지 0대 0 박빙의 승부가 연출되자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숨을 죽이며 경기를 지켜봤으며 박찬호 김병현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2회말 이진영의 완벽한 홈송구 장면 등이 나오면 아낌없는 박수로 응원했다.

9회말 일본의 니시오카가 솔로 홈런을 뽑아내며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자 시민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 했지만 구원투수로 나선 오승환이 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하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하늘을 찌를 듯 환호했다.

사무실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본 회사원 전모(31)씨는 "어제 야근을 하고 출근해 피곤한데도 오늘 승리로 피로가 싹 가신 듯 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 문자 중계를 통해 경기를 지켜본 회사원 유모(31)씨는 "끝까지 박빙의 승부가 연출돼 눈을 뜰 수가 없었지만 이종범의 결승타로 일본을 꺾고 4강에 안착하게 돼 더욱 기분이 좋다"며 박수를 쳤다.

서울역과 용산역, 영등포역,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도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대합실 곳곳에 설치된 TV 앞에 100여명씩 모여 열띤 `대∼한민국' 응원을 펼쳐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장면을 연상케 했다.

특히 8회초 한국팀이 이종점의 2루타로 2점을 뽑아내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두손을 번쩍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서울역에서 만난 정모(40)씨는 "우리나라 야구가 이 정도로 수준이 높다는 것을 세계가 확실히 인정할 것"이라며 "한번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일본을 두번이나 이기고 미국도 이겼다는 데 무한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남 고속터미널에서도 승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터미널 곳곳에 설치된 TV 앞에 모여 야구 중계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대방동에 사는 김성수(63)씨는 "이종범이 안타를 쳐서 승리를 이끌어 냈다"며 "4강에 가서도 이종범이 좋은 활약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고 격려했다.

대학 캠퍼스에도 응원의 열기는 뜨거웠다.

숭실대 학생회관에는 50~6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한국팀 응원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재학생 강성호(25)씨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한번 해보자'하는 단결력과 집중력이 우리나라를 4강에 이끈 것 같다"며 "지금까지의 투수기용에도 무리가 없고 분위기도 좋으니 결승전까지 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김소리(20.여)씨도 "평상시에 야구는 잘 안 보는데 국가 대항전이고 의외의 성적을 올리고 있어서 지켜보게 됐다"며 "잘만 하면 우승도 가능할 것 같고 우리나라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중앙대 학생회관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 대학 나찬우(26.기계공학부 4년)씨는 요즘 도서관에 나와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야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며 "오늘 또 이겨 취업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병원에서도 함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고려대 안암병원에는 층마다 있는 TV에 20여명씩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모여 야구 응원에 열을 올렸다.

남양주에서 올라온 환자 보호자 이광순(56.여)씨는 "미국을 이긴 데 이어 일본까지 이겨서 더욱 기쁘다.

두 나라를 이김으로써 우리의 실력을 확실히 인정받은 것 아니겠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중앙대병원 입원환자 신진호(55)씨도 "그저께도 미국에 이기고 오늘도 일본에 이겨 `엔돌핀'이 나와서 건강회복이 더 빨라질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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