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교도관에 의해 성추행을 당한 뒤 자살을 기도, 병원 치료끝에 숨진 김모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모병원 장례식장은 12일 조문객들이 거의 찾지 않아 종일 쓸쓸한 분위기였다. 유족들은 일부 친지에게만 고인의 사망사실을 알리고, 외부 조문객들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빈소에는 유족의 직장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 조화 1개만이 놓여 있어 쓸쓸함을 더했고, 유족과 친지 20여명은 별다른 대화없이 침울한 표정으로 고인의 넋을 기렸다. 유족들의 뜻에 따라 장례식장 전광판에는 상주와 빈소의 호실을 알리는 안내글도 오르지 않았다. 김씨의 아버지는 "어느 정도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기에 더 할말이 없고, (유족중에) 어린아이들이 있는 만큼 언론보도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다른 빈소에 비해 조문객들이 거의 없어 한산하다"며 "유족들이 고인의 사인을 교통사고로 알려 달라고 미리 부탁했으며, 언론에는 이곳에 빈소가 마련됐다는 사실도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께 한나라당 진수희 공보담당 원내부대표와 정인봉 인권위원장이 장례식장을 찾았으나 유족의 반발로 조문을 못한 채 장례식장 밖에서 김씨의 아버지에게 간단히 조의를 표하고 돌아갔다. 진수희 원내부대표는 "법무부가 김씨의 사망사실을 곧바로 발표하지 않고 끝까지 은폐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할 것이고 이번 사건이 서울구치소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므로 전국적인 조사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시신은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의 한 공원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씨는 교도관 이모(56.구속)씨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뒤 정신적 불안증세를 겪다 지난달 19일 서울구치소 수용실에서 붕대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한 것이 교도관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20여일간 치료를 받아왔으나 11일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수원=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