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 감사가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사태와 관련, 전직원에 보낸 e메일에 노조파업을 일부 두둔하는 듯한 내용이 들어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철도공사 김용석(56) 감사는 8일 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이번 파업은 공공철도라는 정부의 교통정책과 철도의 역할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려는 파업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는 "파업을 하고 보니 (노조입장에서 보면) 제일 나쁜 X이 누구였냐"고 묻고 "정부나 경영진 등이 아닌 보수언론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파업이 며칠째 계속되는 데도 '철도부채를 정부에게 해결하라'고 하더니 '시민을 볼모로 파업한다'고 질타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특히 "나는 절대로 부당한 파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불법'여부는 조금 복잡하다) 임금인상같은 권리투쟁이 아니고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정치투쟁의 성격이 강한 것이었다면 당연히 '철도부채' 문제에 초점이 모아져야 했다"고 밝혔다. 파업 후 업무에 복귀한 노조에 대해서는 "위원장에게 말씀드렸듯이 파업의 성과나 평가는 자유롭게 진행돼야 하지만 강압이나 폭력은 절대 안된다"라며 2차 대전 당시 '인민의 환심을 산 중국 공산당'을 예로 들었다. 그는 말미에 "대의를 위해 앞장선 사람들이 가져야 할 자세는 희생과 관용을 통해 주변부의 자발적 지지를 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이는 진심으로 노동운동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이 간단하지 않듯이 노동운동도 어려운 것"이라며 "남들이 열을 잘못해도 그냥 넘어가던 민심이 노동운동이 조금만 잘못해도 용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사는 이번 e메일 발송에 대해 "공사 간부는 무조건 노조가 잘못했고 노조 간부라고 공사 경영진은 나쁘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고 반대편이라도 합리적인 주장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글을 올리게 됐다"며 "파업을 중단하고 복귀한 노조원과 직원, 간부들이 앙금을 풀고 화합하자는 의미로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공사는 e메일 내용이 직원들에게 퍼지면서 노조파업에 '원칙적 대응'을 강조해온 공사 방침과 다소 맞지 않아 간부급 직원들을 중심으로 매우 곤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사는 80년대 초반 부평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등 재야에서 줄곳 활동해오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에서 잠시 근무한 뒤 작년 초 철도공사 감사로 부임했다. (대전=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min36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