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남녀 10명 가운데 7명은 주택을 구입할 때 부부가 서로 논의해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버지에게 자신의 고민을 의논하는 자녀는 100명 중 4명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개발원에 의뢰해 2일 발표한 '2005년 전국 가족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제1차 가족실태조사는 지난해 전국 2925가구 5973명(만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결과는 5년마다 수립되는 '가족정책기본계획'에 반영된다. ◆경제 문제는'부부가 함께' 논의 부부가 경제적 사안을 결정할 때 함께 논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3922명) 가운데 60.6%가 투자 및 재산관리를 부부가 함께 결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구입은 69.2%가 공공으로 결정한다고 응답했다. 배우자의 직장문제도 함께 결정하는 경우가 절반(54.7%)을 넘었다. 하지만 자녀교육과 생활비 지출은 거의 아내가 결정한다는 가정도 상당수였다. 이런 현상은 가계소득이 올라갈수록,맞벌이보다는 홑벌이 부부의 경우 더 두드러졌다. 육아와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에게 편중돼 있었다. 12세 이하 자녀를 둔 아버지의 육아 참여율은 매우 낮아 목욕시키기(10.1%)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자녀와 놀아주기(7.7%),병원 데려가기(4.3%),숙제 봐주기(2.8%) 순이었다. 그나마 20~30대 젊은 연령층과 고학력 남성의 경우 참여도가 다소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1주일간 부부의 평균 가사노동 분담비율을 살펴보면 설거지,식사준비,세탁,집안청소 등 대부분 항목에서 여성의 참여는 95% 이상이지만 남성은 30% 미만이었다. 남성들은 주로 시장보기(주 평균 5.5회)와 음식물쓰레기 버리기(1.6회)를 거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부양에서도 남성의 63.3%가 '가족이 돌봐야 한다'고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 반면 실제 보살피는 사람 3명 중 2명(63.6%)은 아내 며느리 딸 등 주로 여성이었다. ◆자녀 '아빠하고 얘기 잘 안해요' 고민이 있다는 15~24세의 청소년(응답자 304명)의 상담 상대로는 친구(37.2%)와 어머니(31.9%)가 1,2위를 차지했다. 아버지라고 답한 비율은 고작 4%에 그쳤다. 조사대상 자녀의 48.8%는 '아버지와 대화가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어머니와는 25.8%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한 달간 산책이나 운동·연극 등의 문화생활을 아버지와 한 번도 함께 하지 않았다는 비율은 각각 82.3%,93.5%에 달했다.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도 부족했다. 5가구 중 1가구(21.2%)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30분 미만이었고 전체의 14.1%는 아예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가족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 다르고 경제문제 우선시 남성은 가족의 의미를 '조상을 같이하는 피로 맺어진 사람들'(35.8%)이라고 가장 많이 꼽아 혈연관계를 중시했지만 여성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40.9%)이라고 답해 정서적 관계를 우선시 했다. 남녀 모두 가족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자녀,배우자,친부모 순으로 답했다. 그러나 여성은 다음으로 시부모를, 남성은 형제·자매를 꼽아 차이를 보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