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버지의 육아 및 가사노동 참여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개발원에 의뢰해 실시, 2일 발표한 가족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가운데 아버지와 고민을 나눈다는 비율은 4%에 불과해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도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부모 부양은 장남 책임이라는 기존 인식과는 달리 능력있는 자녀가 모시거나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고소득층일수록 어린이들의 학원 이용률이 높아 계층별 차이를 드러냈다. 제1차 가족실태조사는 지난해 전국 2천925가구 만 15세 이상 5천973명(남성 2천738명ㆍ여성 3천23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아버지의 육아ㆍ가사노동 참여율 저조 12세 이하 자녀를 둔 아버지의 육아 참여율은 매우 저조했다. 목욕시키기(10.1%)가 비율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자녀와 놀아주기(7.7%), 병원 데려가기(4.3%), 숙제 봐주기(2.8%), 교육시설 알아보기(0.9%) 등이었다. 아버지 출산휴가제, 아버지 육아휴직제가 필요하다는 남성 응답자는 각각 88.2%, 76.7%였으며 적정 기간으로는 출산휴가 7일, 육아휴직 4주를 꼽았다. 1주일간 부부의 평균 가사노동 분담 비율을 살펴보면 설거지, 식사준비, 세탁, 집안청소 등 대부분 항목에서 여성의 참여는 95% 이상이지만 남성은 30% 미만의 참여율을 보였다. 식사준비의 경우 여성 16.2회, 남성 1.35회였으며 집안청소는 여성 6.9회, 남성 1.6회, 음식물쓰레기 버리기는 여성 4.4회, 남성 1.6회, 시장 보기는 여성 5.5회, 남성 2.9회였다. ◇청소년, 아버지와 대화 부족 청소년(15-24세) 자녀 가운데 고민이 있다는 304명의 주된 상담 상대로는 친구(37.2%)와 어머니(31.9%)가 1, 2위를 차지했으며 아버지는 형제 자매(7.9%)에 이어 선ㆍ후배와 같은 4%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자녀 48.8%는 아버지와 대화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반면 어머니와는 25.8%가 부족하다고 답해 대조를 보였다. 최근 한달간 산책이나 운동, 연극이나 영화 등의 문화생활을 부모와 한번도 함께 하지 않았다는 비율은 각각 82.3%, 93.5%였다. 무엇보다도 자녀가 부모와 집안일을 함께 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항목에서는 아버지(76.7%)가 어머니(45%)보다 높게 나왔고 쇼핑도 아버지(74%)와 해 본 적은 없지만 어머니와는 58.9%가 1회 이상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회적 지원 필요한 아동 돌봄과 노인 부양 소득별 아동 이용시설을 보면 99만원 이하와 100만-199만원은 특별히 다니는 곳이 없다는 비율이 각각 47.9%, 43.4%로 높았으나 200만원 이상 가구부터는 학원이 1위를 차지했다. 학원을 다니는 비율은 99만원 이하 계층에서 21.9%로 시작해 400만-499만원 소득계층에서는 56.2%로 상승했다. 이는 시설 이용에 있어 계층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난 것으로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보육 서비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한국여성개발원은 설명했다. 또한 학원 이용이 많다는 것은 아동을 돌보는 상당 역할을 조기교육 시장이 대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조사 결과 초등생이 1주일에 학원, 어린이집 등 시설을 이용하는 시간은 평균 11시간12분, 영유아는 29시간42분이었으며 월 평균 이용 비용은 초등생이 20만원6천원, 영유아는 20만원이었다. 한편 노인 돌봄으로 인한 가족생활 변화로는 경제적 어려움(39.4%), 신체적 고단함(21.2%), 정신적 스트레스(12.1%) 순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모시는 것에 대해 59.6%(남성 63.3%, 여성 56.5%)가 가족이 돌봐야 한다고 답했으며 노인시설이나 양로원을 선호하는 비율은 16.7%(남성 14.2%, 여성 18.8%)였다. 노인 3명중 2명(63.6%)은 여성이 돌보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아내(26.3%), 며느리(25.4%)가 많았다. 부모 부양 책임을 물어본 결과 장남이 모셔야 된다는 기존 인식과는 달리 능력있는 자녀(39.1%), 부모 자신(25.9%), 장남(20.3%) 등으로 답했다.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라도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는데 동의한 응답이 81.9%였고 양육비를 법적으로 청구하는 제도 도입에 대해 78.4%가 찬성한다는 의견이었다. ◇성별, 연령별 가족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 다르다 가족이란 용어의 뜻으로 남성은 '조상을 같이 하는 피로 맺어진 사람들'(35.8%)을 가장 많이 꼽아 혈연관계를 중요시했고 여성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40.9%)이라고 답해 정서적 관계에 우선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녀 모두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녀, 배우자, 친부모 순으로 답했지만 여성은 친부모 다음으로 시부모, 형제 자매를, 남성은 형제 자매, 장인 장모 순으로 답해 차이를 보였다. '동거도 괜찮다'에 동의한 비율은 10대 28.2%, 20대 26.3%, 30대 19.7%였으며 '결혼해도 아이를 꼭 낳을 필요는 없다'는 답변도 10대 28.2%, 20대 24.1%, 30대 21.6%로 젊을수록 비율이 높았다. 응답자 46.4%는 두자녀를 이상적 자녀 수로 생각했지만 출산계획이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자녀양육 및 교육비 부담(44.4%)을 꼽아 보육, 육아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활동은 TV시청 평일 저녁 남성은 TV시청(56.7%), 휴식(10.8%) 순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여성은 TV시청(43.5%), 가사(29.3%)로 차이를 보였고 주말에도 전체 조사대상자 가운데 TV시청을 한다는 비율(52.8%)이 가장 높았다. 전체 조사대상자 중 평일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이상(57.8%)이 가장 많았다. 가족과 여가를 함께 하기 어려운 이유는 경제적 부담(29.2%), 일이 바빠서(22.4%), 가족 공동의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16.9%) 순이었다. 가족형태별로 여가를 보내는 양상을 보면 한부모 가족의 경우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30분 미만인 경우가 21.2%로 핵가족, 부부가족, 노인가족에 비해 가장 적었으며 14.1%는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부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여성(53.1%)에 비해 남성(59.5%)이 높게 나타났다. 자녀양육과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많은 30-40대의 경우 부부 관계에서 상호 배려와 평등성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고 20대와 50대의 만족도는 높았다. 최근 한달간 심각한 부부 갈등을 경험한 부부는 19.3%였고 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이유로는 자식 때문이라는 응답이 51.4%에 달했다. 가구 형태별로는 맞벌이 가구보다 홑벌이 가구의 부부갈등이 더 많았으며 부부 갈등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 음주 및 늦은 귀가 순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