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Red Devils)'에 대항해 `붉은 닭(Red Chickens)'이라는 서포터스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붉은 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닭요리를 가져다주며 팬 클럽을 자원한 모임이다. 애초에는 `닭사모(닭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붉은 악마를 혹독히 비판하며 새로운 응원 문화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붉은 닭 대표 이두호(29)씨는 27일 밤 연합뉴스와 전화에서 "붉은 악마는 KTF의 후원을 받고, 월드컵 때 `오 필승 코리아'를 불렀던 윤도현 밴드는 SKT와 관련돼 있어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제는 우리가 나서 정말로 순수한 응원 문화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두호씨는 닭사모의 회원이 현재 5천명 정도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모두 붉은 닭의 이름으로 응원에 나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들은 내달 1일 앙골라전 때 새로운 응원 문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상업성을 비판하며 나선 이들이 정치색을 띄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붉은 닭 대표인 이씨가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비서관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나는 비서관을 하기 전부터 닭사모를 만들었고 계속 운영해왔다"며 "붉은 닭이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는 것은 자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붉은 악마에 대항한 새로운 서포터스 조직이 태동, 국내 스포츠에서 팬들이 중심이 되는 응원의 판도가 변화할 수 있는 조짐이 엿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프로야구에서도 흡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대회에 앞서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구상한 `블루 도깨비'다. 신상우 KBO 총재는 "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광화문 일대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야구에서도 조직적인 응원단이 뜨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붉은 악마건 붉은 닭이건, 심지어 블루 도깨비건 이들이 상업성과 정치색을 모두 내버린 채 스포츠현장 안팎에서 순수한 응원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