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 일대에서 유흥업소 갈취는 물론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교통사고 보험사기에까지 손을 댄 대규모 기업형 폭력조직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특히 이 조직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조직원을 관리하고 지방조폭의 이권개입을 막기 위해 서울의 라이벌 조직을 통합했으며 살인방법을 동영상물로 제작하거나 신참들에게 살이 찌도록 개(犬)사료를 먹이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3일 폭력조직을 결성해 유흥업소에서 금품을 뜯고 각종 공사 이권에 개입한 혐의(범죄단체조직 등)로 `신촌이대식구파' 두목 김모(44)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입건, 부두목 최모(39)씨 등 조직원 54명을 지명수배했다.


경찰은 또 이들과 함께 교통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 등)로 홍모(28)씨 등 폭력배의 친구, 인척 4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 술공급ㆍ건설 업체로 기업화 =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서울 신촌과 이화여대 일대에서 활동하며 유흥가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거나 서울 각지의 재개발 공사현장을 돌며 이권에 개입했다.


특히 지난해 신촌에 `Y유통'과 `N유통' 등 술과 식자재 공급업체 2곳을 차려 30여개 유흥업소에 독점 납품하고 앞서 경기도 남양주시에 `N토건'이라는 건설업체를 차려 재개발지역의 철거 및 고철유통에 관여하는 등 기업화 경향을 보였다.


또 명동을 비롯한 전국 9곳에 무허가 사채업소를 운영, 고리의 이자를 떼는 방식으로 수십여억원의 자금을 굴린 혐의도 포착됐다.


◇ 지방에 맞서 조직 통합 = 이번에 검거된 `신촌이대식구파'는 2003년 5월 `신촌파'와 `이대파'가 두목 간의 합의에 따라 통합됐다.


앞서 2002년 5월에는 지방 폭력조직을 견제하려고 신촌파와 이대파를 비롯한 서울시내 10개 폭력조직과 경기도 광명식구파 등 모두 11개 조직이 연합을 구성했다.


이들 조직의 두목은 매년 1∼2차례 호텔에서 주주총회 명목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지방의 폭력조직이 이권에 개입하려 들면 조직원을 보내 힘을 합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 조직원 `인터넷 관리' = 신촌이대식구파는 70명에 이르는 조직원 가운데 20대 신세대 조직원이 상당수에 이르자 모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각자 미니홈페이지를 만들고 일촌맺기를 통해 친목을 도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미니홈페이지 방명록에 "형님 그간 별일 없으십니까" 등의 인사말을 주기적으로 남기고 단합대회 사진을 올리는 한편 흉기로 살인하는 방법을 동영상처럼 제작해 게시하기도 했다.


이 조직은 또 마포구 망원동 등 4곳에 합숙소를 운영해 신입 조직원 10여명씩 함께 살면서 `수사기관에 검거되면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지 말라'와 같은 행동강령과 흉기 다루는 법을 익히도록 하고 살을 찌우기 위해 개사료를 먹였다.



◇ 교통사고 보험사기는 `부업' = 신촌이대식구파의 하부 조직원은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합 조직원과 친구, 인척을 끌어들여 최근까지 228차례에 걸쳐 교통사고를 위장, 21개 보험사에서 5억원 정도의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번 보험사기 사건에 모두 300여명이 연루됐다고 보고 이들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6개 병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신촌이대식구파 및 보험사기사건 연루자를 검거하기 위해 1년 동안 매달린 끝에 무려 91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며 "앞으로 미검자를 붙잡고 여죄를 수사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