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을 둘러싸고 지상파 방송사들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BS 1TV '생방송 시사중심'이 17일 황우석 교수의 연구 성과를 옹호하는 듯한 내용을 방송하자 이튿날 MBC 기자와 SBS 라디오 진행자인 진중권 씨가 방송 내용을 비난했고, 이에 대해 '생방송 시사중심'의 PD가 다시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방송 3사가 공식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셈이다. '생방송 시사중심'의 전용길 PD는 1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제작진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 가운데 상당 부분이 황 교수의 발언과 일치하며, 대부분의 조작 책임은 미즈메디 병원 측에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이제부터 우리는 냉정한 태도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MBC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이날 전 PD는 방송에서 이미 제기했던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 발표에 대한 의문점을 다시 한번 거론했다. 또 선진국과의 특허 경쟁이 치열한 만큼 "출원된 특허의 관리와 보호를 위해 어리석은 짓은 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M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18일 '생방송 시사중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기본이 안 된 프로그램"이라며 방송 내용에 대해 일침을 놓은 바 있다. 그는 "여론의 한 방향에 그렇게 그냥 몸을 맡겨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고등학생도 한다"라며 "'PD수첩'에 특종을 뺏겼다고 그런 식으로 허접한 방송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다소 감정 섞인 의견을 남겼다. 이 기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황우석 교수 문제와 관련 없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시청자 차원에서 글을 남긴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도 자신이 진행하는 SBS 라디오 'SBS 전망대'를 통해 "황 교수 지지자들이 인터넷에 유포하는 음모론을 사실인 양 전제하고 별 검증 없이 그대로 공중파로 날렸다"며 "KBS를 DBS 즉, '동네브로드캐스팅시스템'으로 개명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방송 시사중심'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