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과 관련해 떡값 전달책으로 지목돼 사퇴 압력을 받았던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검찰 수뇌부 인사를 앞두고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경기고와 서울법대,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홍 고검장은 법무부 검찰 1·2과장과 검찰국장을 거치는 화려한 경력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매형이라는 배경까지 갖춰 일찌감치 검찰총장 후보감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인천지검의 대상그룹 수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사돈인 임창욱 회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기소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데다 8월 '안기부 X파일'로 치명상을 입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X파일 녹취록에 홍 고검장의 친형인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에게 홍 고검장을 '전달책'으로 지목,후배 검사들에게 '떡값'을 전달케 한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 고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삼성 떡값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적이 결코 없으며 검사들에게 떡값을 나눠준 사실도 없다. 검사나 직원에게 삼성과 관련한 어떤 청탁도 하거나 부탁받은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대상그룹 사건에 대해서도 "제게 죄가 있다면 인천지검장으로 발령받은 점과 대상의 임창욱 회장이 조카의 장인이라는 사실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된 구설과 의혹으로 '상처'를 받아 향후 검찰에서 주요 요직으로 발령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도청사건 수사가 끝나고 검찰 수뇌부 인사가 임박한 현 시점에 사의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기배 수원지검장(사시 17회)과 유성수 의정부지검장(17회)도 최근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10일 확인됐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