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스캔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파문이 컸던 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이 남겼다. 황 교수를 둘러싸고 이른바 반황그룹과 친황그룹으로 분열돼 두 그룹간 감정싸움으로 사태가 번진 것은 어떤 식으로든 치유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사안의 본질은 단순 명료하다. 황 교수팀이 논문 조작이라는, 과학자로서 해서는 안될 거대한 `사기행각'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황 교수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지 이를 정서적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는 물론 황 교수가 특화기술이니, 바꿔치기니 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과 거짓말로 책임 전가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국론과 여론의 분열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 교수 사태로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을 잃었다. 무엇보다 '황 교수 신화'가 무너지면서 일차적으로 학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국제사회에서의 신뢰 추락은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상실의 아픔이 큰 만큼 얻은 것도 없지 않다. 젊은 생명과학자들과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논문 조작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낸 것은 국내외에 자정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희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황 교수 사태의 해법으로 일벌백계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의 선례처럼 거짓말을 한 과학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황 교수처럼 없는 데이터를 가공으로 만들고 인위적으로 조작한 과학자에게 또 다시 기회를 준다는 것은 연구에만 몰두하는 다른 과학자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줄 뿐이라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그러면서 연구과정과 결과에 대한 정상적인 평가 시스템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또 사회 전체적으로 사고방식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과학을 경제개발과 돈벌이의 도구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사태 과정에서 드러난 비정상적인 국수주의와 애국주의를 뛰어넘어야 하며 기초와 기본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홍영남 교수는 "거짓말을 일삼는 과학자는 과학자로서 자질이 없다"고 못박았다. 홍 교수는 "논문 조작 하나만으로도 황 교수는 과학자로서 생명이 끝났는데, 지금에 와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 황 교수에게 또 다시 재연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느니 하며 두둔하는 듯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는 것은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의지를 꺾고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과학에 정치와 종교가 개입하는 바람에 황 교수 사태와 같은 비극을 초래했다"며 "우리 사회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징계를 통해 이번 사안을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국내에는 황 교수팀 이외에도 묵묵히 연구실을 지키며 연구에 몰두하는 유능한 연구팀이 많다"며 "황 교수가 걸어놓은 최면에서 이제는 깨어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는 "이번 사태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 과학계는 정치적 입김이나 언론의 과장보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과학연구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평가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연구자가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양심적으로 연구하도록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의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과학은 떠벌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서둘러서는 더욱 안되며 단계별로 차곡차곡 밟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국민들도 '세계 최초'라는 말에 더 이상 현혹되지 말고 거품을 하나하나 제거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이번 일은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회가 됐다"며 "줄기세포 연구는 학문적으로 기초부터 발전시켜 나가면서 차근차근 임상으로 연결시켜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일찍부터 임상치료 쪽을 강조해 이 같은 문제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황 교수 사태로 국제 과학계에서 신뢰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자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해결함으로써 자정능력을 보여주었다"며 "이제라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건전한 희망을 갖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서이종 사회학과 교수는 "황우석 스캔들은 과학보다는 기술적 마인드를 가진 황 교수가 아직 학문적 연구 단계에 있는 줄기세포 연구를 임상적으로 과장하면서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이번 사건을 통해 학문에서는 국익 등 그 어떤 가치보다 진실과 기본, 기초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으며, 과학적 연구성과에 대한 거품을 빼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 교수는 "황교수 사태로 경제성장과 월드컵 4강 신화, IT분야의 세계적 성공 등으로 생긴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스타 과학자' 위주로 움직였던 국내 과학 관리시스템이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희대 도정일 교수(영문학과)는 "황 교수 사태를 통해 국민들이 그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도 거짓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됨으로써 정부와 언론 등에 대한 불신 등 신뢰의 상실을 야기했고, 도약단계에 있는 한국사회에 커다란 좌절을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결국은 이런 경험이 소아병적인 과시욕구를 자제해야 하며, 기본과 바탕의 중요성을 일깨워줌으로써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