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2635세대의 문화적 우상이자 고등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 서태지는 그의 히트곡 '교실 이데아'에서 대입 중심의 교육을 이렇게 비웃는다.


서태지의 영향일까.


2635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대학 진학 자체를 절대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명문대 콤플렉스도 약하다.


서울대 연·고대를 가면 좋지만 인생을 보장받지는 못한다는 게 2635세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학벌보다 능력이 취업의 열쇠


한국에서 학벌은 '마법의 지팡이' 역할을 해왔다.


아무리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 해도 명문대에 진학하면 선배와 후배로 이어지는 인맥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벌이가 괜찮은 직장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고 결혼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명문대 진학에 '올인'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고 2635세대들의 사회진출이 잦아지면서 'SKY(하늘)'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심의 학벌 질서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강씨나 이씨처럼 학벌핸디캡을 딛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들이 부쩍 많은 것이 기성세대에선 보기 힘들었던 2635세대의 큰 특징이다.


이런 추세는 대기업이 주도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바탕이 좋은 인력을 뽑아 연수를 시켜 자기사람을 만들어 쓰던 이른바 '삼성맨' '현대맨'식 인력소싱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용인재(?)를 더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명문대 졸업장보다 확실한 자격증이 입사 때 더 우대를 받는 경우가 늘어났고 아르바이트 경험이라도 현장경험을 쌓은 실전형 인재가 책상물림보다 환영을 받고 있다.


중견 가구업체인 한샘의 김지영 대리는 "4년제 대졸이라는 기준 요건만 충족하면 출신 학교나 학점은 보지 않는다"며 "영업사원을 뽑을 땐 영업사원으로서의 능력과 가능성만 보면 된다는 게 레인콤 인사정책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및 팀 플레이가 기업활동 전분야에서 중요시되면서 심지어 학벌이 취업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나타나면서 신세대들의 학력경시(?) 풍조는 어느 세대보다 두드러진다.


유동형 인크루트 취업지원사업부 팀장은 "기업들은 학력이 우수하면 개인능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그만큼 높은 대우를 기대하고 조직에서 선민의식을 내비쳐 팀워크를 깨는 경우를 우려한다"며 "변호사 회계사들이 일반 기업 입사시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대학,가면 좋지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아


한경-중앙리서치 공동설문조사에 따르면 2635세대 중 '대학 진학이 개인의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설문에 대해 '그렇다'는 답을 한 응답자의 비중은 58%였다.


같은 질문에 36~45세대의 64.8%,46~59세대의 66.0%가 '그렇다'고 답한 것과 견주어 보면 학력만능 풍조가 2635세대에 와서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설사 대학을 진학한다 하더라도 국내외 대학 모두를 대상으로 꼼꼼히 따져본 후 진학을 결정한다.


해외대학 선호현상은 성적이 좋을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더 심하다.


김일영 대원외고 교감은 "지난해 49명이 국내가 아닌 해외 대학으로 진학했다"며 "서울대 졸업장이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권업 계명대 교수는 "조기유학으로 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나와 국내파에 비해 월등한 글로벌 감각을 갖춘 신세대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명문대의 위력이 상대적으로 퇴조하고 있다"면서 "이런 풍조는 한국사회를 '실력본위'로 가져가는 바람직한 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대학진학을 지도하는 김영일 컨설팅의 김영일 대표는 "집안에 돈이 아주 많고 자신이 무엇을 해도 충분히 서포트를 받을 수 있는 학생이 아니면 대학이 아닌 학과를 보라고 컨설팅한다"며 "예를 들어 삼성이 장학금과 취업을 보장하는 성균관대 반도체과 같은 곳은 보통 학생들에게 서울대 공대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형석·유승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