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丙戌)년 개띠해가 밝았다. 예부터 개는 근성과 헌신 그리고 친밀감의 상징으로 알려져있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근성,수만리를 달려가 주인 품에 안겼다는 진돗개 백구로 표현되는 절대 충성,그리고 놀라운 청각과 후각으로 인간세상의 파수꾼이자 동반자가 돼온 견공들.이 같은 견공의 특장점은 병술년을 설계하는 재계 개띠 인사들의 포부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은 1922년생으로 올해 84세가 되지만 여전히 쩌렁쩌렁한 현역이다.


"떡볶이를 철근처럼 씹어먹는다"는 어느 개그맨의 입담처럼 박 회장은 식초를 생수처럼 갈아마시며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박 회장은 "올해는 선친이 회사를 창립하고 일군 지 6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라며 "식품사업 외길을 걸어오는 동안 강산이 여섯 번 바뀌었지만 꿋꿋이 정도경영을 실천해왔다"고 회고했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토종견들의 근성처럼 다가올 60년도 먹거리 한우물을 파겠다는 다짐이다.


박 회장은 특히 전통음식의 세계화와 발효식품 기술 개발에 힘써 올해를 제2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946년생 개띠인 원대연 한국패션협회장의 올해 키워드는 '견마지로(犬馬之勞)'다.


그는 패션업계의 숙원사업인 패션물류유통단지 프로젝트 성사에 오롯이 헌신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다 SADI(samsung art&design institute) 학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SADI에서 21세기를 리드할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양성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큰 목표 외에 올해는 좋아하는 술도 조금 줄이고 건강에 신경쓰는 한편 가능하면 패션 관련 책도 한권 내고 싶다는 게 개인적인 소망이다.


붕어빵 장사를 하며 대학을 나온 뒤 별난매운탕집으로 벌떡 일어선 배대열 퍼시픽씨푸드 사장은 1958년생 개띠다.


퍼시픽씨푸드란 회사 이름에는 태평양의 물고기를 잡아 세계인의 입맛을 평정하겠다는 그의 야망이 담겨있다.


배 사장의 올해 역점사업은 한국의 수제비를 미국인들에게 먹이는 것이다.


전통음식인 수제비를 통해 미국으로 대표되는 세계인의 미각을 사로잡겠다는 그의 구상은 이미 미국 현지 시식회의 뜨거운 반응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배 사장은 설이 지나면 미국에다 본격적으로 직영점을 열 계획이다.


증권계의 개띠(1958년생)인 진영호 푸르덴셜증권 투신·증권법인본부장의 올해 꿈은 소박하다.


버터플라이(접영) 200m 완주와 영어 실력 향상에 다시 도전하는 게 꿈이다.


진 본부장은 "12년 전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할 당시도 새해 다짐은 영어공부와 체력관리였지만 실패했다.


12년 된 묵은 꿈이지만 지금은 미국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만큼 영어공부에 다시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 본부장은 체력관리를 위해 의사인 친구가 권장한 요가와 수영을 놓고 고민하다 수영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요가는 배우는 이들이 대부분 아가씨라 쑥스러워 포기했다고.그는 올해 버터플라이 200m 완주만큼은 꼭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희망과 어울림의 꼬리를 말아올리고 새해를 열어젖힌 이들에게서 올 한해 '한국경제호(號)'의 힘찬 진군을 기대해본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