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원회(위원장 정명희)는 23일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황우석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됐다'고 결론내리자 시민단체와 네티즌 등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학연구를 심의할 공적 장치 등 과학계의 연구를 검증할 수 있는 기구를 상설화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정은지 여성건강팀장은 "최종 조사 결과가 남았지만 지금까지 결과만으로도 연구자의 부도덕을 사회가 정화할 필요를 느낀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학 연구를 심의할 공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을위한모임' 박병상 대표는 "논문 위조도 문제이지만 `사기'가 명백해졌는데도 논문 위조 관련자 제재나 재발 방지 움직임보다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원천기술이 있으면 봐줘야 한다'는 의견 등이 나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청년회 관계자는 "황 교수가 불자로서 지켜야 하는 5계 중 `거짓말을 하지 말라'(불망어.不妄語)를 어긴 것"이라며 "황 교수가 불자라고 얘기하고 다닌 것이 창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빨리 반성하고 참회해야 하는데 자꾸 진실을 덮으려 하니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라며 "불교계에서 생명윤리 문제도 너그럽게 보고 난자문제도 집안 식구 감싸기 식이 되어왔던 것이 사실인데 불교계 내부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그만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부 김모(50ㆍ여)씨는 "그동안 논문이 조작됐다는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설마 황우석 교수가 거짓말을 했을까 싶었다"며 "그 만큼 믿어왔던 황 교수가 국민을 감쪽같이 속여왔다니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대학생 전규석(27)씨는 "황우석 교수에 대해 국민적 기대가 지나쳤다"며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그 결과에 너무 실망하지 말고 이번 일을 `국익'에 대해 침착하게 검토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심상철(60ㆍ이발사)씨는 "황우석 교수에 대한 믿음이 깨져 실망이 크지만 아직까지 모든 것이 사기였다고 믿고 싶진 않다"며 "서울대 조사가 공정했다고 믿지만 황 교수가 어제 제출한 검찰고발 결과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명호 부장은 "이번 조사위 발표가 중간조사 발표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것만 봐도 황 교수가 `인위적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 조작'을 한 것이 분명한 만큼 황 교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명 부장은 또 "박기영 청와대보좌관과 오명 과기부 장관 등 정부 당국 당사자도 황 교수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나 검토 없이 지금의 사태를 키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주장했다.

그는 "서울대 조사위의 추가조사에서는 조작 사태에 누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하며, 또 이번 기회에 생명공학 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바이오벤처협회 한문희 명예회장은 "생명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 심경이지만 잘못을 가리되 줄기세포의 중요성을 감안해 연구 육성을 지속해야 한다"며 "줄기세포 사업 같은 국책사업은 여러 과학자가 참가하는 투명한 협동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세계줄기세포허브 관계자는 "조사결과 발표를 놓고 어떤 논평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언급을 피하면서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며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줄기세포허브와 관련해 "위에서는 그냥 기다리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장위동 우모(76.여)씨 "논문이 잘못됐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고 그 정도 실수는 연구를 하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냐"며 "황 교수가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고 또 그러한 연구를 하도록 지원해 줘야하는데 `황우석 죽이기'라고 생각한다"고 황 교수를 옹호했다.

그러나 전주에서 온 오모(48.여)씨 "결과를 보고 배신감이 들었다"며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고 그러한 일을 저질렀을까 의문스러울 뿐이다. 국가적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해 한 네티즌은 `아직도못믿겠다'라는 ID(이용자신분)로 포털사이트 토론장에 "무조건 황 교수를 지지하진 않지만 아직도 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며 허탈해했다.

네티즌 `ch2620'도 "논문발표 시점에 자료가 사라져서 논문데이터는 조작됐지만 실제로는 논문의 내용과 같이 실행됐다"며 "한 과학자가 망가진 문제보다 미래 산업을 선점할 국가적 기회의 싹을 잘라버리고 장애우의 희망을 꺾어버린 것이 문제핵심"이라고 강조했다.

ID로 `uiop62'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강경한 어투로 "황 교수를 구속수사해야 한다"며 "황 교수가 없으면 줄기 세포 연구가 안되는 줄 알지만 지금도 묵묵히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는 시민들이 재촉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TV 앞에 모여 발표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으며 황 교수 논문이 `고의적 조작'이라는 발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혀를 차기도 했다.

일선 회사 각 사무실에서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TV 앞에 모여 `황 교수 사태'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내고 결과발표 후 실망감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향후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 각종 모임 장소에서도 황 교수와 줄기세포가 최고 화두로 거론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논문만 있고 줄기세포는 없다'는 주장에 비유해 폭탄주 뇌관에 물을 넣어 마시는 `황우석 폭탄주'가 등장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