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자 시장은 '전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피자 레스토랑이 들어선 지 20여년 만에 연간 매출 1조원대 규모이자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시장으로 고속 성장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그러나 다양한 국적의 외식 메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반면 최근 피자 시장의 성장세는 주춤해지고 있어 주요 기업들은 품질 고급화와 차별화 등으로 생존전략을 찾는 추세다.


한국경제신문은 프랜차이즈 피자업계의 대표 주자인 피자헛과 미스터피자 간 비교를 통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피자의 맛이 어떤 수준인지 점검해봤다.


이번 조사는 인터넷 포털 엠파스를 통한 설문과 함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 첸트로'의 어윤권 조리장과 '식(食) 동호회' 시솝을 맡고 있는 노필영씨,인터넷 요리포털 '쿠켄네트'의 이윤화 부장이 직접 양사의 매장에서 대표 메뉴를 맛 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메뉴는 지난달 거의 동시에 출시된 '밤 리치골드'(피자헛)와 '쉬림프 누드'(미스터피자)를 선정했다.



◆푸짐한 피자헛 vs 담백한 미스터피자


선호도 조사에서 네티즌들은 피자헛의 손을 들어줬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피자 전문점'을 묻는 질문에 총 1414명의 네티즌 가운데 849명(60.0%)이 피자헛을 선택한 것.2위는 미스터피자로 249명(17.6%)의 '간택'을 받았다.


이 밖에 도미노피자(13.2%) 피자에땅 파파존스 등이 각각 뒤를 이었다.


선호 이유를 묻는 질문에선 미스터피자에 대해 총 투표자 1243명 가운데 495명(39.8%)이 '담백한 피자 맛'이라고 꼽은 데 비해 피자헛의 경우 '샐러드 바'가 응답자 중 35.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아이디 moi7474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피자헛은 무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샐러드 바를 비롯해 항상 푸짐하다는 느낌이 들어 온 가족이 모여 먹기에 참 좋다"고 답했다.


요약하면 미스터피자를 찾는 고객들은 피자 맛 자체에 끌리고,피자헛은 푸짐하고 다양한 메뉴가 단골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신제품 중 어느 것이 더 맛있는가'를 질문한 항목에서는 1246명의 응답자 중 68%인 847명이 '미스터피자'라고 응답했다.


◆한국 피자는 '눈이 즐거운 피자'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양사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다.


밤 새우 고구마 등 색다른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프레젠테이션'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하지만 토핑을 위해 빵 위에 얹는 재료들이 지나치게 많아지다 보니 단점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어윤권 조리장은 "맛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료들 간의 적절한 조화"라며 "양사의 피자는 모두 토핑의 강한 맛에 묻혀 도우(반죽)와 다른 재료 간 맛의 결합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윤화 부장은 "토핑의 양이 많아지면서 손으로 잡으면 빵이 휘어져 먹기가 힘들 정도"라며 "피자 한쪽으로 섭취하는 칼로리와 당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