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엔 요즘 직원들의 전문화 바람이 불고 있다.


고객들이 더 많은 정보를 원하고 제품을 선택하는 입맛도 까다로워지면서 판매 사원들이 단순히 상술로만 물건을 파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전문가 수준의 직원들이 정확하고 알찬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곧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지름길이란 얘기다.


◆상품 구매팀엔 '패션 전문가'=롯데백화점 상품본부 여성정장매입팀의 류남영씨(26)는 입사한 지 채 6개월도 안 된 새내기 사원이다.


하지만 류씨는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전문학교인 '파슨스 스쿨'(뉴욕 소재)에서 패션 마케팅을 전공한 실력자인 것.


"한국 대학에서 의상학과를 졸업했지만 실무적인 공부가 많이 부족하단 생각에 2002년 미국으로 갔죠.특히 패션과 비즈니스를 결합한 마케팅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는 학사 자격이 있었기에 편입 형식으로 입학할 수 있었고 졸업 후엔 미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인 '에스프리트(Esprit)'와 '케네스콜(Kenneth cole)'에서 인턴사원 경력도 거쳤다.


"미국에 계속 있을 생각도 했지만 한국에서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운이 좋게 오자마자 롯데백화점 공채시험에 합격했고요." 그는 현재 여성 의류 매장의 입점 및 매출관리 등을 맡고 있다.


◆와인숍엔 '소믈리에(와인 전문가)'=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와인 매장의 신영주씨(30)는 "와인은 사람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제가 99년 처음 와인 판매사원일 때 만났던 고객이 지금까지도 저를 찾아줍니다.


와인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죠.당시 아무것도 모를 때였지만 최대한 고객들에게 편안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아요."


그는 자신에게 와인을 사간 고객들이 다시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말을 건넬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지방에 살고 있는 한 일본인 고객은 지금까지 1000만원어치가 넘는 와인을 사가기도 했다는 것. "그만큼 더욱 믿음을 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작년에 와인 아카데미에서 마스터 과정을 마쳤고 이젠 더욱 자신 있게 고객들에게 와인을 권할 수 있죠."


그는 와인 전문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일단 다양한 와인을 마셔보라고 권유했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많이 알아도 직접 그것을 마셔본 손님한테는 못 당하죠.먹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맛을 평가하겠어요?" 취미로 와인을 즐기고 싶다면 동호회를 이용하는 게 좋지만 직업으로 삼고 싶다면 판매보다는 와인 바 같은 곳에서 일해보는 게 좋다는 얘기다.


다양한 와인을 공짜로 마셔볼 기회도 많을 테니까.


◆웨딩숍엔 '웨딩 플래너'=롯데 명품관 에비뉴엘에는 특별한 고객뿐만 아니라 특별한 직원도 하나 있다.


지난 8년간 5000쌍 정도를 결혼에 '골인'시킨 웨딩 플래너 문정경 실장(35).그는 원래 삼성물산에서 웨딩 컨설팅을 하다 롯데의 '러브콜'을 받고 에비뉴엘 개관과 함께 직장을 옮겼다.


문 실장은 웨딩 플래너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서비스 정신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판매사원보다 더욱 많은 정보를 가진 고객이 넘치는 이 시대에 장삿속이나 차리려 한다면 손님들이 대번에 알아본다는 것.


"한 번은 어떤 고객께서 저를 기분 나쁘게 하면서 실험하더군요.


사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업체에서 웨딩 컨설팅을 받다가 실망하고 찾아오신 분이었어요.


나중에 사정을 말씀해주셔서 알게 됐죠.웨딩 플래너는 언제나 고객들의 마음을 읽고 친구처럼 대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는 많게는 6~7개월씩 예비 부부들과 함께 드레스·예물준비,메이크업 관리 등 결혼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해 나간다고 했다.


"이 일만큼은 누구에게도 넘겨주고 싶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신혼여행 후에도 잊지 않고 감사 인사를 전할 때의 그 느낌은 저만 아는 특권이니까요."


글=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