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을 거치면 평범한 게임이 인기게임으로,인기게임은 국민게임으로 변신한다."


11일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가 열리고 있는 일산 한국국제종합전시장(KINTEX)에서 만난 게임업체 넥슨의 민용재 이사. 이 바닥에서 국민게임을 만드는 게임의 '연금술사'로 통하는 사람이다.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그가 히트시킨 게임을 들으면 무릎을 친다.


'포트리스''마비노기''메이플스토리''카트라이더' 등 초대형 인기게임들이 모두 최종적으로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알려졌다.


게임의 꽃으로 통하는 게임개발자도 아닌 그가 '연금술사'로 통한 비결은 뭘까.


"이제는 게임을 게임으로만 보면 안됩니다."


게임의 트렌드에 대해 묻자 금세 상기되는 표정이 프로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게임을 게임으로만 접근하면 자연히 대상이 소수의 게이머에게만 국한되고 그러면 게임개발자들의 선택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을 젊은 세대의 문화코드로 접근해야 답이 나옵니다."


민 본부장은 넥슨이 개발한 모든 게임에 대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지스타 같은 국제전시회나 게임 내의 각종 이벤트,대내외 행사 등이 모두 그의 책임이다.


그가 이 업계의 독보적인 존재가 된데에는 남과는 다른데가 있기 때문이이었을 터. 그게 뭘까?


그는 다른 게임 마케팅 담당자들과는 확실히 다른 생활패턴을 갖고 있다.


하루종일 게임만 한다거나 게임업계 관계자들만 만나지 않는다. 이게 다른 경쟁자들과의 차별점이다.


그는 반드시 극장에서 한 달에 20편 이상 영화를 챙겨본다. 콘서트장이나 클래식연주회에도 쉴새 없이 다닌다.


밤에는 홍대앞 'NB''흐지부지' 등 젊은이들이 북적대는 클럽에 간다.


주말에는 전시회장을 둘러본다.


게임전시회에 가는 게 아니다. 화장품전시회,패션쇼,모터쇼 등을 두루 관람한다.


한 달에 한두 번씩은 해외 전시장을 찾는 것도 그의 일이다.


그는 게임 도사가 되기까지 우회로를 걸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대학원 재학 중이던 99년 SI(시스템통합) 업체였던 CCR에 입사,IR담당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CCR가 당시 수행하던 많은 사업 중 게임개발이 젊은 세대의 문화코드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회사에 게임개발사업 추진을 건의했다.


이때 나온 게임이 2000년 20001년 대박을 터뜨리며 국민게임의 시초로 통하는 '포트리스'였다.


CCR가 SI업체에서 게임사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2003년 넥슨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를 연달아 대박게임의 반열에 올려놨다.


메이플스토리는 초등학생의 문화에,카트라이더는 여대생들의 생활 패턴과 문화에 맞게끔 마케팅을 기획했는데 바로 주효한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클래식 음악 일색이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슬래시메탈이나 대중음악을 접목하는 시도를 최근 신작 '제라'에서 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게임관련 오프라인 행사도 많이 한다.


국내 100여개 대학에서 카트라이더 대회를 열어 우승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행사나,BMW 매장에서 게임대회를 열어 우승자에게 BMW를 선사하는 행사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게임 하면 '개발'을 흔히 떠올리지만 '게임 마케팅'이야말로 게임사업의 최전선에서 문화를 만들고 공유하는 매력적인 일"이라며 "호기심 많고 끼 있는 젊은이들에게 '강추'한다"고 덧붙였다.


글=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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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마케팅 전문가가 되려면


게임마케팅 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민 본부장은 문화에 대한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게임을 아주 좋아하고 문화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필요하지만 사내외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분석력과 수리적인 지식도 필요합니다."


그가 지난 2002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SEIT(Strategy of Entertainment&IT)를 공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민 본부장은 학력이나 경력,자격증 등의 조건보다는 호기심 관심 열심의 3심(心)을 꼽았다.


게임을 단순히 '놀이'쯤으로 치부해버리면 적극적으로 게임 마케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행에 민감하고 문화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는 사람이면 더욱 적격이다.


이런 마음의 자세가 돼 있는 사람이 기본적인 마케팅 지식과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게임마케팅 전문가가 되는 길은 넓다.


민 본부장은 "게임을 잘해야 한다거나 게임지식이 풍부한 것보다는 기본적인 경영학의 마케팅 지식과 마음자세가 중요하다"며 "여기에 최근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것을 감안,외국어 능력까지 갖춘다면 최상급의 마케팅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