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본프레레(59)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연 뒤 "본프레레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혀왔다"며 빠르면 다음달 중 새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본프레레 감독이 22일 저녁 전화 통화를 통해 협회 대외협력국(국제국)에 사퇴 의사를 통보해왔고 이날 기술위 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본프레레 감독의 퇴진은 형식적으로는 자진 사임 방식을 취했으나 여론의 압력에 밀린 협회의 의지에 의해 전격적으로 수용됐다는 점에 비춰 '사실상의 경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로써 크라머, 비쇼베츠, 히딩크, 코엘류 감독에 이어 작년 6월18일 한국축구대표팀의 5번째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임된 본프레레 감독은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잇단 졸전에 따른 여론의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432일 만에 불명예 퇴진한 사령탑으로 기록됐다.


본프레레 감독은 지난해 7월10일 바레인전부터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전까지 한국축구 지휘봉을 잡고 24전 10승8무6패(통일축구 제외)를 기록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오늘 회의에서 본프레레 감독의 사퇴 건을 안건에 부쳐 논의한 결과 현재 상황에서는 정상적으로 감독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임 의사를 수용했다"며 "기술위는 감독과 직접 접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본프레레 감독이 본선 진출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국민과 협회가 바라는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기술위원들 간에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오는 10월12일 이란과 대표팀 간 A매치가 잡혔고 11월에 유럽팀과 2차례 정도 평가전이 예정돼 있어 9월 중에는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감독 퇴진에 따른 동반 책임을 지고 기술위원회도 총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감독이 사임한 마당에 기술위원회까지 사퇴하면 '나 몰라라'는 식의 책임 회피가 된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술위원회 강신우 부위원장은 후임 사령탑에 대해 "경질 결정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후임 감독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한 바가 없다"며 지금부터 후임 사령탑 물색 작업에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내년 6월 독일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이 10개월 밖에 되지 않아 협회의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위원회는 본프레레 감독 사퇴 발표 직후 회의를 속개해 후임 사령탑 선임 방안에 대한 후속 논의에 돌입했다.


현재 본프레레 감독은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칩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관계자는 "사임한 본프레레 감독이 언제 출국할지와 별도로 퇴임 기자회견을 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