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침해 범죄의 민ㆍ형사 시효 적용을 배제하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가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의 입법을 추진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를 골자로 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그 해 6월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이 법안의 `반인도적 범죄'에는 ICC가 규정한 집단살해, 전쟁범죄, 인도(人道)에 반한 죄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대통령 경축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인도에 반한 죄'. `인도에 반한 죄'의 적용대상은 ▲국가나 조직의 정책에 따라 자신의 구금 또는 통제 하에 있는 사람에게 중대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가하여 고문한 자 ▲국가 또는 정치단체의 묵인 하에 체포ㆍ감금된 사람의 체포사실, 생존 여부 및 소재지 등에 대한 정보제공을 거부하거나 허위정보를 제공한 자 등이다. 이 법안은 과거 범죄를 소급해 처벌하자는 취지는 아니지만 내용상 법안이 시행된다면 이근안 사건 등과 같은 고문사건이 일어나면 공소시효의 제한 없이 단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가기관의 체계적인 명령체계 아래 자행된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제기한 개념보다 그 적용대상이 좁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가 지난해 6월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반인권적 국가범죄'라는 개념 아래 국내에서 발생한 국가기관의 고문 등 범죄를 폭넓게, 공소시효 제한 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조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법안이 국제법을 비준한 데 따른 이행입법이기 때문에 국제법을 기계적으로 번역ㆍ적용하는 데 그칠 경우 실효가 없을 우려가 있는 만큼 우리 실정에 맞게끔 새롭게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참석한 일부 법조인들의 지적이었다. 법무부는 지난해 이 법안을 입법예고하고도 기술적인 문제를 들어 아직 후속 입법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이나 조만간 법제처 심사 등 후속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도 국가공권력에 의한 살인, 고문 등의 행위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반인권적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 특례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범행의 조작 또는 은폐행위 시점부터 그 조작 또는 은폐행위가 밝혀질 때까지 공소시효의 적용을 정지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또, 국가공권력에 의한 살인, 고문 등 행위에 민사상 소멸시효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국가공권력에 의한 범행의 조작 또는 은폐행위에는 관련 범죄 발생에서 규명 때까지 소멸시효 진행을 정지토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