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안기부 X파일'을 수사중인 검찰의 행보가 속전속결로 진행되면서 사상 초유의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안기부 X파일' 보도 당시만 해도 신중론을 폈던 검찰은 이달 26일 수사에 착수한 뒤부터는 27일 공운영씨 집 압수수색, 28일 박인회ㆍ공운영씨 영장청구, 29일 국정원 관계자 등 5∼6명 출금 및 박인회씨 구속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주말인 30일과 31일은 검찰 표현대로 `숨고르기'를 하면서 수사 전략을 모색한 데 이어 1일에는 X파일을 입수해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키로 하는 등 연일 수사의 요로(要路)를 장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측으로부터 공갈미수 피해 사실에 대한 소명자료도 받아놓은 검찰은 사실상 X파일 `유출 경위' 수사를 위한 준비는 대부분 마친 셈이다. 따라서 검찰은 앞으로 박인회ㆍ공운영ㆍ이상호씨 등을 상대로 X파일 유출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사건의 `본령'인 과거 안기부의 불법도청 경위와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전 `미림' 팀장 공씨나 오정소 전 안기부 대공정보국장의 진술을 얻으려는 노력과 별도로 이들의 관련사실 부인이나 진술 거부에 대비해 안기부가 무슨 장비와 조직을 동원해 어떤 방법으로 도청을 해왔는지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검찰의 이런 노력에 대해 국정원 입장에선 과거 정권 시절의 일이고 현 국정원 체제와 명백히 선을 그으려는 의도에서 모든 자료를 검찰에 넘겨줄 가능성도 적지 않지만 조직에 미칠 악영향이나 정치적 파장 등을 감안해 일부 자료를 선별해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2003년 국정원의 휴대폰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도 현직 국정원 3급 과장 등 전ㆍ현직 직원들을 긴급체포하고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의 고소ㆍ고발 사건에서 이 정도의 수사를 진행했다면 안기부 차원에서 수년간 자행된 불법도청이 사실상 확인된 이번 사건에서는 검찰이 국가기밀 취급의 핵심기관인 국정원을 직접 겨냥해 기습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1일로 예정된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긴급 현안보고와 8월초로 예정된 국정원의 `미림'팀 관련 진상조사 발표가 어떤 내용을 담을지가 검찰 수사의 수위를 정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엄정한 조사를 벌여 과거 불법 도청 실태에 대해 상세하게 밝히면 검찰로서도 굳이 같은 국가기관을 상대로 강제처분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적지근한' 발표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불법도청 부분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검찰이 처벌을 전제로 한 수사는 어렵기 때문에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이 `처벌'이 아닌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의 타당성을 얼마나 받아들일지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검찰이 국정원에 대한 본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게 될 경우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해 이를 근거로 그간 `도청 보고라인'으로 의심받아온 오정소-이원종-김현철씨 등 직계 라인 관련자들에 대한 줄소환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여 향후 검찰의 행보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