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 = 검찰이 안기부 특수도청팀 `미림'의 전 팀장인 공운영씨 자택에서 확보한 불법 도청테이프 274개의 내용 공개 여부에 대한 법학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현행법상 불법적으로 확보된 증거나 자료는 어떤 이유에서건 공개를 하지 말고 폐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당사자의 손해와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쪽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또 일부 전문가는 이번에 무더기로 발견된 도청테이프의 녹음 내용 가운데 검찰의 비위와 관련된 내용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한양대 법대 오영근 교수는 "내용자체를 공개하는 것은 통신기밀보호법상 불가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이익이 손해와 비교했을때 더 크면 형법에 따라 위법성 조각할 수 있다"고 공개쪽에 무게를 뒀다. 오 교수는 "검찰과 권력의 유착관계가 담겼을 수도 있기 때문에 특검을 도입해도 좋을 것 같다"며 "사소한 것이라면 모를까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불법자료라고 해서 임의폐기하는 것은 검찰의 권한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법대 박상기 교수는 "도청내용 공개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이미 `삼성-중앙일보'의 도청테이프가 공개된 상황에서 나머지도 공개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며 "검찰이 지금 들여다 보고 있는 테이프가 274개나 되는데 끝까지 묻어두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검찰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할 수는 없을 테니 국가정보원에 돌려준 뒤 다른 공개방법을 찾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라도 여론이나 감정에 떼밀려 현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불법 도청테이프를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서울대 법대 최종고 교수는 "`적정절차'의 이념은 어느 법체계에서나 가장 중요하고 현대 법학자라면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며 "모든 증거는 적법하게 수집돼야 하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은 부정 된다는 게 명문적인 규정이며 상식적인 이야기"라며 공개를 반대했다. 최 교수는 "현실적으로 테이프의 내용이 더 중요하지 않으냐는 국민의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회가 합리적이고 법치주의에 따라 운영되려면 적정절차의 원리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법대 정인섭 교수는 "일부 공개된 도청내용(삼성-중앙일보)에 분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도청테이프를 공개해 해당자를 처벌한다면 앞으로 누구나 도청을 해도 된다고 공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공개에 반대했다. 정교수는 "검찰이 추가로 확보한 테이프는 아예 그 내용을 들여다보지 말고 폐기처분해야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도청을 할 수 있었던 시스템을 찾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