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검찰총장은 27일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테이프 및 문건에서 촉발된 소위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 "현재 남아있는 불법도청 테이프가 있다면 이를 모두 수거해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한 것은 테이프 내용에 대한 수사의지가 약하기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 "테이프의 제작과 보관, 유포경위를 먼저 조사한 뒤 테이프 내용의 진위를 살펴보는 것이 수사의 수순"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테이프가 몇 개나 남아있으며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모르고 테이프가 조작됐다는 보도도 있다. 따라서 테이프 제작 및 유포 경위를 먼저 조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국정원에 협조를 요청해 테이프를 수거ㆍ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기부 전 미림팀장이었던 공운영씨는 미림팀이 수천개의 불법 도청 테이프를 제작했으며 이 중 자신이 보관해오던 200여개의 테이프를 국정원이 회수해 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림팀이 정계, 재계, 언론계 등 각계 유력 인사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도청행각을 벌였다는 공씨의 발언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씨는 MBC와 인터뷰에서 "도청은 언론사주를 포함한 상층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범위가 대통령을 빼고는 최상층부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당시 도청이 각계 고위인사들을 망라해 공공연하게 자행됐음을 시인했다. 또한 공씨가 이 자료를 재미교포 박모씨에게 건네줄 당시 박씨가 삼성측에 사업을 협조받을 일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점에 비춰 테이프가 유출ㆍ유포되는 과정에 이권이나 금품이 오갔는지도 검찰 수사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장은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언론사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처벌을 전제로 하진 않겠다"며 "테이프 내용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면 전 검찰력을 동원해서라도 철저히 조사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특검제 실시 주장에 대해 "정치권 논의에 대해 특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검찰 전ㆍ현직 인사의 떡값 수수설도 "수사하면서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