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애로 똘똘뭉친 20대 장병 4명이 임진강에 휘말려 실종되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민정중대 2소대 장병 4명이 훈련도중 잇따라 임진강 급류에 빠져 휩쓸린 시각은 26일 오전 10시50분께 중대장 변국도(29)대위가 '포탄 투하. 모두 피하라'는 작전상황을 하달하자 소대장 박승규(26)중위를 비롯한 중대원 24명은 재빨리 물가로 흩어져 엎드렸다. 그러나 이 순간 훈련에 열중한 나머지 안학동(23)병장이 미끄러지며 물속으로 빠졌고, 안 병장은 강으로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의 흐름 때문에 두어차례 머리를 물밖으로 내밀며 상류쪽으로 밀려 올라갔다.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병장의 부사수인 김희철(20)일병과 오진관(22)일병, 변대위 등 3명이 차례 차례 안 병장을 구하기 위해 서슬퍼런 임진강으로 뛰어들었다. 이어 박승규(26)중위와 강지원(21)병장도 이들의 뒤를 이어 임진강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속절없는 임진강의 거센 물살은 이들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유유히 흐르는 겉모습과 달리 물밑으로 초속 4m 급류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임진강은 서해안 밀물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일명 '대사리'로 어선조차 쉽게 운항하지 못할 정도로 물살이 거센 상태였다고 임진강 어민들은 전했다. 도하훈련을 위해 강을 가로질러 150m 길이로 만들어져 있는 임시 골재위에 남아있던 병사들은 '사람살리라'고 소리쳤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극한으로 치달았다. 다행히 수영에 익숙하지 못한 오 일병은 거센 물살에 휩쓸리기 직전 골재쪽으로 나와 생명을 건졌다. 그러나 변대위는 상류 300m까지 밀려 올라가 허우적대고 있었고 박중위 등 4명은 이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투화를 벗고 들어가 수영이 가능했던 변 대위는 다행스럽게도 건너편 1공병여단 도하중대 한상민(22)하사 등 4명이 구조요청 소리를 듣고 급히 몰고나온 단정에 의해 오전 11시 20분께 구조됐다. 물밖으로 나온 박대위는 안병장을 구하기는 커녕 다른 부하까지 잃은 죄책감에 "아무 것도 묻지 말라"며 눈물을 흘렸다. (파주=연합뉴스) 우영식 구정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