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25일 안기부의 불법도청 자료인 이른바 'X파일'에 등장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건희 삼성회장 등 20여명을 배임 및 횡령 뇌물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불법자료의 효력과 X파일 등장 인물들에 대한 뇌물죄 적용 가능성 등을 둘러싼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X파일에 드러난 여러 의혹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쟁점은 기아차 인수로비를 언급한 대목이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X파일에는 기아차 인수와 관련해 당시 여당 대선 후보가 "당내 정책위에 검토시켜 가능한 한 도와주겠다"고 말한 부분이 나온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삼성이 이회창 전 대표에게 지원한 자금이 포괄적 또는 명시적 대가성이 있는 금품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법무법인 상운의 이성문 변호사는 "국회의원(이회창)에 대한 뇌물죄 적용은 선거철일 경우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다"며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반면 세종의 박혁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뇌물수수에 대해 직무관련성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수사실무상의 어려움을 들어 검찰 수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오세오닷컴의 최용석 변호사는 "X파일이 단순 짜깁기한 자료에 불과한지,실제 언론사주와 대기업 고위 임원 간 밀담 내용이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선 안기부 미림팀과 전 대통령 등 정재계 거물들을 모두 소환해야 하는 데다 이들이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수사가 의외로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X파일이 사실이더라도 고문이나 도청 등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 법원칙에 걸린다. 더구나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검찰 수사가 짐이 된다는 경제계의 불만도 터져나올 수 있어 검찰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불법적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고 그것을 토대로 수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다만 그 경위가 국민적인 큰 관심사라서 검찰도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사건처리 방향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수사착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김병일·정인설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