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김윤진 등의 한국 배우들은 할리우드로 진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한국에 진출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경우가 있다.


재미동포 2세 배우 칼 윤(30, 한국명 윤성권)이 바로 그렇다.


그는 배우인 릭 윤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액션 블록버스터 '아나콘다2'에 조연으로 출연했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말 세계 시장을 노리고 제작한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서도 주인공 궁리와 장쯔이의 애인이라는 주요한 배역을 맡은 칼 윤은 올 하반기부터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얼굴을 내밀 전망이다.


자신이 주연한 단편영화 '기적의 거리'가 제9회 부천국제영화제에 출품되면서 내한한 그와 마주앉았다.


"집에서 한국말을 쓰지 않으면 아버지가 대답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대로 한국말을 잘 구사하는 그와 에너지 넘치는 대화를 나눴다.


흥분할 때는 영어가 튀어나오는 그는 한국과 할리우드에서의 활동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데 있어 아주 열정적이었다.


▲나는 한국인


1970년대 미국 워싱턴으로 이민간 부모 밑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칼 윤은 모델과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활동을 거쳐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대단한 긍지를 가졌고, 한국에서 활동하기를 열망했다.


남들은 미국에 진출하지 못해서 안달인데 왜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냐고 물었다.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남자는 웃기는 역할 아니면 무술 연기하는 사람이다.


그런 할리우드 영화 때문에 미국 사람들은 아시아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배우가 되고 싶었다.


배우가 돼서, 그렇지 않은 연기를 해서 영화 속 아시아 남자들의 스테레오 타입을 바꾸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 작품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이 세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비빔냉면을 좋아하고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정하는 것은 불가항력이지만 가능하면 결혼도 꼭 한국 여성과 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가 부천에 들고온 '기적의 거리'는 미국에서 택시운전사로 일하는 한국인 입양아의 휴먼 스토리다.


▲문제는 아시아 남자다


그의 말을 곱씹어봐야하는 것이, 아시아인이라고 할리우드에서 다 같은 대우를 받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여성과 남성의 차이다.


"여성은 인종을 불문하고 섹시하고 예쁘면 어디서나 활동하는데 국경이 없다.


그러나 아시아 남성은 최악의 조건이다.


늘 바보 같거나 약하게 그려진다.


할리우드가 강요하는 그런 스테레오타입을 따를 생각은 전혀 없다.


반대로 할리우드를 이용해 새로운 아시아 남자의 스테레오타입을 만들어내고 싶다.


그렇게 노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꼭 한국인이 아니어도 우습게 그려지지만 않으면 영화 속에서 어떤 아시아 인종도 연기할 용의가 있다.


그는 '아나콘다2'에는 인도네시아인으로, '게이샤의 추억'에는 일본인으로 출연했다.


'게이샤의 추억'은 설정 자체가 근사하고 매력적인 남자인 까닭에 문제가 없었지만, '아나콘다2'는 출연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30대 초반의 인도네시아 남자라고 해서 출연을 결심했는데 촬영장에 가보니 상황이 너무 달랐다.


내 대사는 엉터리 영어로 고쳐졌고, 내 의상은 원주민처럼 후즐근하게 준비됐다.


심지어 헤어스타일도 어처구니 없는 스타일을 제안했다.


그래서 안하겠다고 했다.


이렇게는 못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이 바꿔줬다.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잘못된 것은 싸워서 바꿀 것이다."


'그래도 안 잘렸네'라고 했더니 "연기를 잘 했으니까"라며 씩 웃었다.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 하고 싶다


그는 이번 내한에서 드라마, 영화 관계자들과 두루 미팅을 가졌다.


아무래도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그는 미국에서 온 동포 역을 맡게 될 전망이다.


또 탁월한 운동신경으로 액션 연기 제안도 받았다.


"일단 한국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역할에 크게 개의치 않고 무조건 열심히 일하겠다."


물론 할리우드 활동 역시 병행할 계획이다.


'기적의 거리'가 미국 메이저 영화사로부터 장편 영화화 제안을 받은 까닭에 칼 윤은 이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에 주연으로 데뷔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