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동거녀와 헤어진 후 다른 여성과 결혼했더라도 혼인을 전제로 동거를 시작했다면 `정조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부(강 현 부장판사)는 여성 A씨가 1년6개월간 동거하다 헤어진 남성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정조권 침해를 인정한 원심을 취소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이를 파기하고 다른 여성과 결혼한 것은 사실혼 관계 부당파기에 해당한다. 이는 민사소송의 대상이 아니라 가사소송 대상이다"라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기망(欺罔·속임)에 의한 정조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애초 혼인 의사가 없음에도 이를 속인 채 동거를 시작했거나, 동거 중 혼인의사가 없어졌음에도 이를 숨기며 동거를 유지했다는 것이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와 B씨는 결혼을 전제로 2001년 9월부터 동거했으나 8개월쯤 지난 2002년 5월 A씨를 대하는 B씨의 태도가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이를 느낀 A씨는 동거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미국유학 의사를 밝히고 유학준비를 하다 2002년 12월 B씨에게 결혼을 제의했으나 B씨는 명확한 답변을 피하다 2003년 3월 A씨와 헤어진 후 집안의 소개로 맞선을 본 여성과 석달 뒤 결혼했다. A씨는 B씨를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자 정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해 "3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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