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최전방 GP에서 총기난사를 장병 8명의 목숨을 앗아간 김 모일병은 사전에 고참병들을 살해할 결심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육군 합동조사단은 20일 사고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김 일병은 지난 17일 평소 선임병들로부터 잦은 질책과 욕설 등 인격모욕을 당한데 앙심을 품고 선임병 등을 살해할 결심을 굳혔다고 밝혀다. 또 선임병들도 "수류탄 까고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 "OO 새끼야" 등의 잦은 폭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조단은 병영 내무반에서 언어폭력 등 부조리가 존재하고 상급자가 하급자를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현역복무 부적합 병사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김 일병은 지난 1월 14일 전입한 뒤 선임병들로부터 구타 및 신체적 가혹행위는 없었으나 빈번한 인격 모독성 언어폭력 피해를 입었으며 범행을 결심한 다음 날인 지난 18일 오후 3시께도 부대원 농구시합 도중 신모 상병으로부터 "일병 달았으면 군 생활 다 끝나는거냐? XX 새끼야"라는 등의 폭언을 들었다. 신 상병은 같은 날 오후 5시 취사장에서 청소를 하던 김 일병에게 "X 새끼야, 고참이 물을 퍼내는데 보고 그냥가냐"며 나무란 사실도 드러났다. 천모 일병은 선임병들이 평소 동료인 김 일병을 내성적인 성격과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자주 질책을 했으며 특히 GP 투입 후에는 "수류탄 까고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는 등의 폭언을 3~5회 가량 한 것으로 진술했다. 합조단은 부대원 16명을 대상으로 한 무기명 설문 조사 결과, 폭행 및 물리적 가혹행위는 없었으나 언어폭력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냈으며 응답자 중 4명은 선임병 폭언이 심했으며 7명은 암기를 강요했다고 응답했다. 합조단은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 김 일병이 선임병 질책과 욕설 등 인격모욕에 앙심을 품고 지난 17일 살해할 것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합조단은 조사 결과 GP 경계 지침서를 임의로 변경하고 탄약 지급 및 반납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등 경계근무 기강이 문란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육군은 지휘 책임을 물어 관련자들을 규정에 따라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합조단에 따르면 지난 17일 범행을 사전계획한 김 일병은 19일 오전 2시 30분께 후방초소 근무중 이모 상병에게 다음 번 근무자를 깨운다고 보고한 후 내무실로 이동했다. 김 일병은 당시 수류탄 1발과 각각 25발씩 장전된 탄창 2개를 갖고 있었다. 내무실안으로 들어간 김 일병은 관물대에 있던 정모 상병의 K-1 소총을 절취해 오전 2시 34분께 화장실로 들어가 소총에 탄창을 장전, 조정간을 연발로 조정했으며 수류탄은 방탄복 좌측 주머니에 넣어 내무실로 이동했다. 김 일병은 오전 2시 36분께 사망한 이모 상병을 향해 수류탄 1발을 던지고 곧바로 내무실을 빠져나와 상황실 근무자를 사살하기 위해 오전 2시 39분께 상황실로 이동했다. 이동 중 체력단련실에서 나오는 김종명 중위를 발견하고 총기를 난사해 사살한 후 상황실에서 나오는 이모 신임 소대장(중위.소초장)을 향해서도 총기를 난사했으나 이 중위는 즉각 피해 화를 모면했다. 오전 2시41분께 취사장으로 가 조모 상병의 다리를 향해 난사했고 조 상병이 쓰러지자 확인 사살하는 잔임함도 보여줬다. 이어 2분뒤에는 내무실로 다시 들어가 수류탄 투척으로 아비규환이던 동료들을 향해 25발을 모두 발사하고 전방 초소로 이동했다. 전방초소에서 근무중이던 이모 상병이 "너는 왜 여기에 왔느냐"고 묻자 "상병 이모가 가 있으라고 해서 왔다"고 거짓 답변을 했으며 이 상병이 "원위치 하라"고 지시하자 후방초소로 복귀했다. 김 일병이 내무반을 습격한 14분뒤인 오전 2시 50분께 신임 소대장 이 중위가 "전투복을 입은 사람을 봤다"며 전투복을 입고 있던 병사 5명을 관측장교실로 모이도록 했으며 김 일병을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았다고 합조단은 설명했다. 합조단은 김 일병이 수류탄 1발을 던지고 K-1 소총 44발을 난사해 장병 8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혔다고 말했다. 육군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근무기강 확립과 GP 경계 지침서를 보완키로 했으며 야전부대 및 신병교육기관, 군사교육기관에서 장병 기본권 보장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육군은 또 월 2회 시행하던 복무 부적합자 심사를 수시로 하기로 했으며 장병 기본권 전문 상담관 제도를 조기에 시행토록 했다. 육군은 사망자 8명에 대해 추서진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이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