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최전방 초소에서 평소 선임병으로부터 언어폭력 등 괴롭힘을 당해온 김모(22) 일병이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한 사건과 관련, 군대내 폭력 유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속 황학수 변호사가 2003년 9월23일 발표한 `군인의 전화를 통해 본 사병 인권의 현실'이란 발제문에는 부대내 폭력 유형이 잘 나타나 있다. 군인의 전화는 군·경 의문사 진상규명과 폭력 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이하 군가협)와 천주교인권위원회가 2003년 3월 개설했으나 작년 말 정부 지원이 끊겨 지금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황 변호사는 이 발제문에서 "병사와 초급장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인격, 인권을 지켜줄 수 있을 때 군은 최고의 전투력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군 지휘부는 물론 우리사회가 합의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중장기적 대책으로 ▲군인의 법적 지위 및 권리에 관한 법률 제정 ▲'군 옴부즈만제도'와 하급자들의 의사를 상급자의 결정과정에 전달하는 통로로 채택되고 있는 '중개위원제도' 도입 검토 ▲병(兵) 상호 간 5대 금지사항’(병사들 사이의 집합행위, 지시행위, 얼차려·군기교육 행위, 암기강요 행위) 등 일반 장병들의 군 생활과 관련, 아주 중요한 위법행위, 일탈행위들을 규제하는 법적 장치들을 대외비 성격의 국방부 훈령 및 각 군 내부 훈령ㆍ지침이 아닌 법률로 더 공식화 할 것 등을 주장했다. 황 변호사가 아래 열거한 3가지 사례의 유형은 군 당국의 여러 보완조치로 상당부분 없어졌지만 이번 총기사건에서 보듯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고, 더욱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어 발제문에 기술된 내용을 요약해본다. ◆사례 1 (가)부대에서 전경으로 근무하던 A 이경은 부대에 배치된 후 상습적인 구타를 당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구타를 당하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갔으며 이후 (나)부대로 전출을 갔다. 그러나 A 이경은 (나)부대로 간 지 2주가 못 되어 정신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몇개월간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나)부대에서는 A 이경이 전입을 온 후 특별관리를 했다고 밝혔다. 빠른 적응을 위해 선임대원 B 수경을 붙였으며 정신이상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일과에서 열외되는 대기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A 이경은 (나)부대에 와서도 구타를 당했으며 집단따돌림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밥을 먹고 있는데 고참들이 "아침부터 널 보니 소화가 안 된다" "밥맛이 떨어진다"는 등의 말을 했고, 여러 고참들이 자기 잔반을 덜어주며 억지로 먹기를 강요해서 속이 쓰려 못 먹겠다고 하자 숟가락으로 퍼서 억지로 먹였으며, 한 고참은 "너 자꾸 미친 척 하면 다른 자대로 보내 버린다"고 말했고, 훈련 중 머리와 가슴이 너무 아파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하니, B 수경이 주먹으로 가슴을 때리고 발로 차며 이래도 아프냐면서 책을 얼굴에 던지고 팔굽혀펴기와 피티체조를 시키고, 운동장 50바퀴를 돌게 했으며 "그렇게 힘들면 차라리 자살해 버리지 왜 사냐, 제대하고 사회 나가 널 만나면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부대측에서는 구타나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이야기했으며 B 수경은 꾀병을 부리는 것 같아 몇 번 쥐어박은 적은 있다고 말했다. ◆사례 2 강원도 (가)부대에 근무 중이던 A 이병은 투신자살을 기도했다. 목숨을 잃지는 않았으나 다리와 척추에 중상을 입고 현재 치료를 받았다. A 이병의 진술에 의하면, 투신자살을 기도하게 된 배경은 B 병장 등으로부터 당한 구타와 가혹행위였다. 주 내용은 아래와 같다. 100일 휴가를 나왔다. 그러나 휴가를 나오기 전 고참인 B 병장으로부터 "밖에 나가면 '나이트 온라인'이라는 인터넷 게임에 내 계정을 만들고 레벨을 30까지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때문에 휴가의 대부분을 게임을 하는 데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B 병장과 줄곧 경계근무를 나갔다. 한번은 초소에서 B 병장이 태권도 시범을 이유로 폭행을 가했다. 점호시간에도 한 고참으로부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적이 있다. 또 PX에서 '킹 오브 파이터스'라는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을 이기지 못한다고 얻어맞았다. B 병장은 "내 앞에서는 항상 목소리를 크게, 동작은 빠르게 하라"면서, 점수제를 실시한다고 했다. 기본점수 80점에, 잘하면 점수를 주고, 못하면 점수를 깎는 식이었다. 70점 이하로 내려갈 경우 알아서 하라고 했다. A 이병은 이런 이유 등으로 대대장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후환이 두려워 구타와 가혹행위에 대한 이야기는 못하고 가족 때문에 조기전역을 바란다는 이야기를 했다. 대대장은 이튿날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도록 지시했고, 정신과 군의관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전역은 안 된다고 말했다. 진료실을 나온 A 이병은 B 병장의 얼굴이 떠올랐고 순간적으로 스트레스가 치밀어 올랐다며 병원건물 4층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했다. 이에 대해 헌병대 측에서는 "B 병장이 휴가 중에 인터넷 게임을 하라고 한 것은 지시라기보다는 권유였다. 가혹행위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당시 B 병장은 A 이병 등 2명에게 똑같은 말을 했었다. 둘 중 한 사병은 B 병장의 말을 따르지 않았지만 부대 생활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A 이병 소속 부대의 한 지휘관은 "A 이병은 원래 부대에서 게임을 잘 하기로 유명했다. 인터넷 게임 초보자인 B 병장이 A 이병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 뿐이다. 내성적인 성격의 A 이병이 B 병장의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받아 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신종 가혹행위라고 부르는 것은 좀 어색하다"고 말했다. ◆사례 3 A 훈병은 공익근무요원으로서 신병교육대에 입소했다. 그러던 중 오른쪽 다리 비골 골절의 상해를 입어 귀가조치 됐다. 그러나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가던 중 정신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해서 바로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다. A 훈병과 같이 훈련을 받았던 다른 훈병들의 진술에 의하면, A 훈병은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이래 소대장 B와 C, 중대장 D, 조교 E로부터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으며, 동료 훈병들로부터 집단적인 따돌림과 구타, 가혹행위를 당했다. 목격자들의 진술에 나타난 구체적인 피해 사례는 아래와 같다. 소대장 B의 경우, A 훈병뿐만 아니라 평소 훈련병들을 무시하고 구타를 했으며, A 훈병의 경우는 입소한 당일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구타했으며, 거의 매일 1∼2대씩 구타를 했다. 기합을 주면서 허벅지나 정강이 등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급소부위 등을 때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20km 행군이 있던 날(A 훈병의 정강이가 부러진 날), A 훈병이 다리가 아프다면서 쓰러지자, 발로 차면서 연기하지 말라고 소리를 쳤으며, 억지로 걷게 하면서 나무로 툭툭 치고 발로 걷어찼다. 그러다가 정강이를 걷어차인 A 훈병이 쓰러졌다. 소대장 C의 경우, 피티 체조를 하던 날, A 훈병을 부르더니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멀리서 돌멩이를 던졌다. 또 지휘봉으로 머리와 엉덩이를 몇 차례 구타를 했다. 돌을 던지는 모습을 5차례 보았으며, A 훈병이 그 돌에 맞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행군이 있던 날 행군 도중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A 훈병에게 참고 가라고 소리를 쳤으며, 결국 넘어지자 다른 훈련병들이 보는 앞에서 엎드리게 한 후 발로 밟고 몽둥이를 휘둘러 엉덩이를 때렸다. 그 뒤로 A 훈병이 조금만 잘못을 해도 구타를 가했다. 부대 측에서는 가족에게 A 훈병 사건에는 40여명의 가해자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 방송사를 통해 사건이 보도되기 전까지, (가)사단의 공식적인 입장은 이 사건에 대해 들은 바도, 조사한 바도 없다는 것이었다(천주교인권위원회 공문에 대한 회신).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