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살인 피고인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사공영진 부장판사)는 17일 살인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조모(37.여)씨에게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전혀 없는 사건에서 범행현장 감식내용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간접증거는 다른 증거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증명력을 가질 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심이 피고인의 상반된 진술과 피고인의 옷에서 피해자의 피가 발견된 점을 감안, 가해행위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외부인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3자에 의한 범행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모시청 7급 공무원으로 2000년 10월28일 부부싸움을 하던 중 남편을 둔기로 수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2004년 9월 열린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종필 부장판사)도 노숙자를 폭행해 숨지게 해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정모(44)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지난 4월19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고있는 김모씨를 깨우기 위해 발로 배를 4회 걷어 찬 것만으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고 사체 부검결과 복부 외에 얼굴, 가슴, 손가락 등 여러 부위에 타박상 등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김씨의 사망이 단순히 피고인의 폭행 때문이라고 인정하기 힘들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사공영진 부장판사)는 술에 취해 여자친구(21)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모(19)군에 대해서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지난 4월15일 선고하기도 했다. 지역 법조계는 이 같은 무죄선고에 대해 사개추위의 공판중심주의 법개정 추진과 관련해 의미있는 일로 앞으로 법정에서 제출된 증거와 진술에 의해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중심주의가 도입되면 이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sh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