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가장이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고 장례까지 치렀지만 나중에 멀쩡하게 살아 돌아오자 온 가족이 아연실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데는 시신의 지문을 감식하지 않은 채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한 경찰의 잘못이 화근이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15일 양화대교 북단 부근 한강에서 숨져있는 60대 남자의 익사체를 발견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류품이 발견되지 않자 시신을 병원에 안치하고 가출인 조회를 거쳐 인상착의가 비슷한 가출인 10여명의 가족들에게 신원확인을 요청해 5월8일 가출한 것으로 신고된 김모(67)씨의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김씨의 부인과 두 아들, 딸, 며느리, 사위 등 6명이 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변사자의 사진을 보고 `아버지가 맞다'고 말하자 경찰은 시신이 안치된 병원으로 이들을 안내했다. 김씨 가족은 시신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순간 대성통곡을 하며 김씨가 분명하다면서도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리 없다"며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을 요청했다. 부검 결과 타살 의혹이 없는 것으로 결론나자 시신은 김씨 가족에 넘겨졌고 곧 장례가 치러졌다. 가장을 잃은 슬픔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 이 달 10일 밤 김씨 가족은 기절초풍할 뻔 했다. 죽은 줄로만 여겼던 김씨가 집을 나간 지 한 달여 만에 현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김씨의 얼굴과 손발을 어루만져 본 뒤에야 신원도 모르는 사람의 시신을 아버지인 줄로 알고 장례를 치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 경찰은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매장된 시신에 대한 지문감식 및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을 파악해 가족에게 넘길 예정이나 시신 인양 직후에 지문감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신원확인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변사자의 사망 추정시점은 발견 이틀 전쯤으로 많이 부패하지 않아 신원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익사자는 발견 뒤 2-3일이 지나야 지문을 채취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가족이 나타났고 장례일정까지 겹쳐 지문채취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조성미 기자 ejlove@yna.co.kr hellopl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