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의 연쇄살인은 주변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스스로의 열등감과 불우한 가정환경에 대한 반감의 복합적인 표출입니다." 9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연쇄살인범 유영철(35)의 정신감정을 맡았던 김무진(50) 공주치료감호소 소장은 10일 "유씨는 정신병이 있는 게 아니라 사회규범과 가치관을 무시하고 거짓말과 합리화가 습관화된 `자기 편의주의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지난해 11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서울구치소에서 유씨를 면담한 뒤 `유영철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로 살인이 불러올 결과를 예측 못 할 정도의 정신병자는 아니었다'는 내용의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김 소장은 "유씨의 첫 인상은 평범한 얼굴에 왜소한 덩치, 약간 긴장한 듯한 눈빛이었다"며 "그는 정신감정 결과가 극형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유씨는 대화 도중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다중인격으로 서로 존재를 모르지만 나는 내 일상적인 모습과 살인을 저지를 때의 모습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자신을 `양아치'라고 표현했다. 김 소장은 유씨에 대해 "간질, 색맹, 쌍둥이, 아버지와 형이 자살했다고 하는 등 근거 없는 주장으로 자신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심했다"며 "스스로 계백장군에 비유하는 등 과대망상적 심리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비행에 얼룩진 청소년 시절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변변치 못한 직업을 전전하다 가짜 신분증으로 수년 간 경찰행세를 했다"며 "경찰신분으로 다른 사람들을 제압하면서 잠재돼 있던 폭력성향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연쇄살인의 원인에 대해 "유씨는 아버지와 형이 죽고, 이혼을 한데다 아들의 양육권까지 빼앗기고 동거녀도 떠나버리자 주변에 대한 배신감에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아버렸다"며 "삶의 실패가 사회와 자기 자신에 대한 극단적인 폭력성의 분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유씨는 자기도취에 빠져 상대방 입장에 대한 공감능력이 약해졌고 결국은 사람의 목숨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게 됐다"며 "좌절을 인내하는 힘이 매우 약하고 한가지 일에 집착과 몰두가 강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동거녀와 잘 지내던 시기에는 연쇄살인을 멈춘점, 아들에 대한 진한 애정, 밤사이 사람을 죽인 뒤 다음날 아침 진한 외로움을 느낀 점 등에 미뤄 냉혹하고 잔인한 살인범들과 달리 유씨는 상당히 의존적이고 애정에 굶주려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유씨가 `정신병자'이거나 우리와 다르다고 치부해 버리면 쉽게 잊어버릴 수 있겠지만 유씨는 정상적인 판단이 있는 정상인의 테두리 가장 끝에 서있는 사람"이라며 "유씨를 만나면서 올바른 인성의 발달과 형성에 가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주=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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