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서 순금융자산 100만달러(한화 약 10억원) 이상의 부자가 10% 이상 증가해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미국의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9일 밝혔다. 메릴린치가 컨설팅업체 캡제미니와의 공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세계부유층보고서(the World Wealth Report )'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고액순자산보유자(HNWI)는 모두 7만1천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0.5% 증가했다. HNWI란 기본 주거용 주택을 제외한 순수 금융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사람을 의미한다. 한국의 지난해 HNWI 증가율은 싱가포르(증가율 22.4%, 인원수 4만9천명)와 남아프리카공화국(21.6%, 3만7천명), 홍콩(18.8%, 6만7천명), 호주(14.8%, 13만4천명), 인도(14.6%, 7만명), 아랍에미리트연합(12.3%, 5만3천명)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밖에 미국(9.9%, 249만8천명), 영국(8.9%, 41만8천명), 스페인(8.7%, 14만1천명) 등이 HNWI 증가율 10위 이내에 포함됐다. 메릴린치의 보고서는 한국이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다른 주요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중국의 경제팽창으로 혜택을 입었고 수출증가가 내수부진을 상쇄하고도 남아 백만장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국은 지난해 발표된 '세계부유층보고서'에서는 2003년 HNWI 증가율 18%로 스페인과 함께 세계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전세계의 HNWI는 모두 830만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7.3% 증가했으며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30조8천억달러로 8.2%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3대 경제권 가운데 북미지역의 성장률이 9.7%로 아시아ㆍ태평양( 8.2%)과 유럽(4.1%)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지난해 주요국의 비교적 견실한 경제성장과 금융시장의 활황이 HNWI 증가에 기여했다고 지적하고 전세계 HNWI들의 보유자산이 매년 6.5%씩 성장해 오는 2009년이면 42조2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