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박성용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이 최근 잇따라 폐암으로 타계,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폐암은 흡연이 가장 큰 발병요인이라는 점에서 흡연자들의 경각심이 고조된다.


실제 유전자 검사로 각종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해 주는 회사인 삼진유테스트에는 최근 2달간 방문한 690명중 26%가량이 폐암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다른 질환을 압도하는 수치라고 삼진유테스트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폐암연구과장의 도움말로 폐암의 발병요인과 최신 진단·치료 트렌드를 알아본다.


○폐암의 최대 원인은 흡연=각종 연구에 따르면 폐암환자 가운데 남성은 90%,여성은 80%가량이 흡연에 의해 폐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흡연자는 담배연기의 각종 유해물질로 인해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19배 높다는 게 정설이다. 최근 타계한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처럼 담배를 피지 않아도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개 오래도록 담배를 피웠거나 젊었을 때 담배를 피웠던 경력이 폐암을 유발하는 게 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흡연기간이 1년 이내고 30대 이전에 끊어야 폐암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고 의학계는 말한다. 이에 따라 1970∼80년대 남성흡연율이 60%를 넘었던 우리나라는 이들이 60대를 넘어서는 10년 후쯤부터 폐암사망률이 급증할 것이라는 경보가 나오고 있다.


중앙암등록사업 연보에 따르면 2000년 폐암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4.4명으로 위암 24.3명을 앞서 여러 암 가운데 1위를 기록한 이후 2001년에는 37.0명으로 위암 31.0명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흡연 외에는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석면 라돈,자동차 매연,공장 굴뚝연기 등이 폐암 요인으로 꼽힌다.


○조기 발견 어려운 폐암=폐암은 X레이나 객담세포검사 CT검사로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으나 한번 발병하면 빠른 속도로 번지는 게 특징이다. 어떤 검진을 받은 뒤 이상이 없다고 하다가 몇 개월 뒤 갑자기 폐암에 걸렸다는 말을 듣게 되는 이유다. 따라서 폐암은 조기에 찾아내기가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폐암은 크게 소세포암과 비(非)소세포암으로 나뉜다. 소세포암은 세포 낱낱의 크기가 림프구만하게 작은 것으로 다른 장기로 매우 빠르게 전이되며 진단 당시에 이미 환자의 60%가량에서 암이 전이된 상태를 보인다. 소세포암은 아무리 초기라도 수술하지 않고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으로 치료한다.


비소세포암은 3a기까지는 수술을 권하고 이후에는 보존적 치료를 한다. 최근에는 '이레사'라는 표적항암제가 암세포 상피세포 성장인자를 억제,선암성 폐암에 걸린 비흡연 경력의 여성환자에게 잘 듣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폐암은 5년 생존율이 11.4%로 국내 전체 암의 41.4%보다 훨씬 낮다. 또 미국의 폐암 생존율인 14.2%보다도 떨어진다. 이는 폐암조직이 전이되기 쉬운 특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국내 환자들의 조기 발견율이 미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45세 이상의 흡연자는 매년 CT검사를 통해 폐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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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유전자 질병예측 검사중 폐암은 ‘CYP1A1’과 ‘GSTM’이라는 유전자를 통해 발병 가능성을 파악하게 된다.


CYP1A1는 흡연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PAHs(다환형 방향족 탄화수소체)의 활성을 촉진시키는데 이 유전자의 말단부위가 변이돼 있으면 발암물질이 더 활성화돼 폐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GSTM은 CYP1A1에 의해 활성화된 발암 물질을 분해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이 유전자가 결여되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상승한다.


보통 20%가량이 CYP1A1 유전자가 완전 변이돼 있고 절반 정도가 GSTM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아 이들 두가지를 충족하는 전체 검사대상자의 5∼10% 안팎은 폐암 발병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배 가량 높은 사람으로 분류된다.


삼진유진테스트 김인현 박사(포천중문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유전자 검사결과 유전적으로 폐암 위험요인이 있는 것으로 진단되면 흡연자 10명중 9명이 적극적으로 금연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폐암 사망자가 전체 인구의 0.1%도 안되는 만큼 양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폐암에 걸리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참고용’으로 삼아 금연을 실천하는 지표로 삼는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