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23일 B형간염이 간세포암으로 악화돼 숨진 이모씨의 유족이 "과로와 업무상 술자리 등으로 인한 업무상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치료를 받았던 서울삼성병원은 근거자료 없이 `과로와 스트레스가 B형간염 악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서울대병원과 대한간학회는 임상실험 및 의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과로와 스트레스가 B형간염이나 간세포암을 유발ㆍ악화시킨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며 "원심이 특별한 이유없이 후자를 배척하고 전자를 채택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반도체공장 설계업무와 관공서 업무 등을 담당한 이씨가 접대차 술을 마신 적이 있긴 하지만 만성간염과 초기 간경변 진단을 받은 뒤 음주와 흡연을 자제하는 등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해왔고 만성간염과 간경변을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킬만큼 술을 많이 마셨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1981년 건축사 사무소에 입사한 이씨는 1989년 B형 만성간염 진단을 받은 뒤 1998년 간경변, 2000년 간세포암 진단을 받고 2001년 4월 간세포암으로 숨졌으며 유족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B형간염을 자연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켰다"며 소송을 내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