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가 선고돼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억대 내기골프 사건에 대해 최근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도박의 법적 해석과 범위'를 둘러싸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서울남부지법에서 무죄를 선고한 사건과 최근 서울중앙지법이 유죄판결한 사건은 피고인들이 수억원에 이르는 판돈으로 상습적인 내기골프를 했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게임 방식 역시 매 홀마다 고액을 걸고 각자 핸디캡을 기준으로 낮은 타수가 나온 사람이 돈을 가져가는 것이어서 유사하다. 유ㆍ무죄 판단은 피고인들이 돈을 걸고 즐긴 게임의 승패가 우연적 요소에 좌우되느냐 실력에 따라 결정되느냐에서 갈렸다. 형법상 도박의 개념은 우연한 사정에 따라 재물의 득실을 다투는 것이며 돈을 따고 잃는 것보다는 `승부결정'이라는 흥미 위주로 게임을 했을 경우 `오락'에 불과한 만큼 해당되지 않는다. 이 두 사건은 피고인들이 매 게임마다 고액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오락'에 해당되지는 않으므로 결국 무죄를 선고한 판사는 골프 참가자들이 실력에 따라 돈을 나눠 가졌다는 점에서, 유죄 판결한 판사는 게임에 우연적 요소가 많았다는 점을 들어 판단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이같은 두가지 판단 중에서 후자 판결에 여러차례 손을 들어준 바 있고 "실력이 결과의 주된 결정요소가 되는 운동경기라도 우연이 조금이라도 개입돼 있으면 도박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기도 하다. 그러나 게임에서 우연적 요소가 개입한 정도나 사행성의 사회적 용인범위 등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이상 내기골프에 대해 무죄선고가 내려진 것을 `한때 튀었던' 판결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재물을 얻으려고 속임수를 쓰는 `사기도박'은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으므로 우연적 요소가 경미한 `실력대결'로 돈을 나눠갖는 운동경기까지 처벌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 또한 강원랜드 카지노나 로또 등 국가가 허용한 사행성 행위에서도 중독현상이나 동반자살 등 부작용이 엄연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로 개인끼리 돈을 걸고 게임을 하는 것에 도박죄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반면 이번 사건처럼 고액의 재물을 걸고 아직까지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내기골프를 한 경우는 당연히 처벌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남부지법에서 무죄가 선고된 내기골프 사건은 검찰의 항소로 2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남아있는 내기골프 관련 판결에서 법원이 기존의 대법원 관점을 유지할 지, 우연적 요소나 사행성의 용인범위 등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