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뚝섬과 한강,북서쪽으로는 화양동이 인접해 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2가. 성수역을 중심으로 인쇄 섬유 전자업종의 중소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는 서울 한복판의 준공업지구다. 직원수 5∼30명 정도의 제조업체 2900여개가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는 이곳이 성수공단이다. 성동구 내 제조업체 5590여개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 2호선이 다니는 고가 아래의 칙칙한 분위기만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새로 생기는 아파트형 공장들에 첨단 벤처기업 및 알짜배기 중견 제조업체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한국전쟁 이후 조성되기 시작한 성수공단이 50년 만에 변하고 있다. ○도심 속 제조업체들의 요람,인기 상승=성수역에서 성수1가 쪽으로 5분만 걸어가면 나오는 남영빌딩. 이 아파트형 공장은 현재 임대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이사온 다리네트웍스 직원들도 3층에 최근 제조업 설비를 들여놓았다. 냉동 시스템을 접목해 아이스크림 자판기를 개발한 이 회사는 지난해 청담동에서 이전했다. 보증금 월 5400여만원,월세 및 관리비 640여만원을 주고 입주했다. 이 회사의 정현균 부사장(50)은 "소프트웨어만 개발하다가 직접 제조를 하려다 보니 공간이 부족해 이전했다"며 "다리만 건너면 강남이고 시내도 가까운 데다 강변북로 내부순환로가 근접해 교통이 그만"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화물 엘리베이터와 넉넉한 주차공간 등 시설도 좋지만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이 혼재돼 있어 직원들도 만족한다고. 정 부사장은 "서울에서 제조업하기에 이만한 곳도 드물다"고 말했다. 최근 생긴 첨단 아파트형 공장들의 분양가는 구로동보다 10∼20% 이상 비싼 평당 450만∼500만원선이지만 이곳에 관심을 두는 업체들은 늘고 있다. 이유는 '도심 속의 공단'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보통 아파트형 공장에는 한 건물에 100여개 업체가 입주하지만 이곳에는 한 건물에 많아야 20여개가 입주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주차난도 덜하다. 게다가 서울시가 뚝섬에 추진 중인 35만여평 규모의 '서울숲'은 그동안 부족했던 휴식공간을 보완해줄 전망이다. ○달라지는 겉모습,아파트형 공장도 속속=2∼3층짜리 기존 공장 건물들을 둘러싸고 10여층 규모의 깔끔한 아파트형 공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2000년을 기점으로 아파트형 공장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15개 아파트형 공장이 이곳에 몰려 있다. 입주한 업체만도 279개. 영동테크노타워 등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모두 5개로 올해 352개 업체가 이곳에 입주할 예정이다. 성수공단 내 삼성문화인쇄(대표 조영승)는 최근 아파트형 공장을 신축,이전했다. 신도리코 바로 옆이다. 도요타 포스코 JAL 등의 카탈로그 등을 인쇄하는 삼성문화인쇄의 조영승 대표(72)는 "현대적인 공장을 보고 일본 바이어들도 깜짝 놀란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중견업체들이 속속 이 지역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변화는 경쟁력 있는 첨단 기업들을 유치해 새로운 제조업 거점을 만들려는 성동구청과 도심 속 공장을 원하는 기업인들의 필요가 맞아 떨어진 데 따른 것. 성동구의 지원도 한 몫 했다. 성동구는 올해도 총 130억원의 자금을 역내 업체에 연리 3.8%로 지원한다. 이 중 상반기에 책정된 75억원은 이미 집행에 들어간 상태다. 선정된 기업은 모두 66곳. 75억원 중 50억원은 구청 자금으로 업체당 2억원 이내에서 1년 거치 3년 균등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한다. 나머지 25억원은 성동구 소재 은행 등이 성수공단 내 기업들을 위해 마련한 자금이다. 하반기에 집행할 지원금 55억원에 대해선 오는 8월부터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도심 속 공업지구여서 벤처기업과 첨단 업종 육성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혜정·김현예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