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다이어트나 성형수술을 하고, 상대방의 외모에 대해 별 생각 없이 한 마디씩 던지는 모습은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 너무 일상화했기 때문에 '차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보다는 가볍게 넘기거나 차별로 느끼더라도 외모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감수해야 할 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나의 외모차별 지수는 얼마나 될까. 한국여성민우회는 6일 '세계 NO 다이어트 데이'(International No Diet Day)를 맞아 이날 오후 4시 성신여대 입구에서 '내 몸의 주인은 나-NO 다이어트, NO 성형 캠페인'을 진행한다. NO 다이어트 데이 행사는 1992년 5월 6일 거식증 환자였던 영국의 메리 에번스 영이 무리한 다이어트로 숨진 여성들을 추모하며 시작한 것을 계기로 미국과 독일, 러시아, 노르웨이 등 12개국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여성민우회가 올해로 3년째 열고 있는데,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여성민우회는 이번 행사를 위해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16개 항목으로 '외모차별 지수' 체크 목록을 만들어 얼마나 외모 차별적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가볍게 점검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체크 목록은 다음과 같다.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의 외모에 대한 인사나 평가를 하는 것은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다. △살 찐 사람은 솔직히 둔하고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예쁜 사람이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한다. △소개팅에서 상대방의 외모가 맘에 안 들면 외모에 대해 말하는 편이다. △미니스커트 등 몸매가 드러나는 옷은 날씬한 여성만 입어야 한다. △내가 부르는 친구의 별명 중 외모와 관련된 것이 있다. △여학생은 교복치마를 입어야 단정해 보인다. △입사지원서에 키, 몸무게 등의 외모 관련내용을 기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채용공고에 '용모 단정한 자'라고 명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에서 같은 조건이면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게 당연하다. △뉴스의 여성 앵커는 젊고 예뻐야 한다. △여성정치인의 옷차림이나 외모 관련 기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물건을 팔면 더 관심이 간다. △TV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농담을 하는 것은 재미있다. △TV나 영화에서 못 생긴 사람이 주연을 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성형 부작용이나 무리한 다이어트의 책임은 사회적 영향보다는 개인의 욕심에 있다. 여성민우회는 이가운데 체크된 항목이 0-3개면 '아주 훌륭한 당신', 4-6개는 '아쉽지만 그래도 훌륭한 당신', 7-10개는 '외모차별에 물든 당신', 11-16개는 '외모로 모든 것을 보는 당신'으로 규정했다. 또한 외모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은 외모 대신 능력으로 채용해야 하며, 미디어는 표준 체형의 여자 연예인을 TV에서 볼 수 있게 하고 외모 관련 농담과 평가를 피해야 하며 다이어트나 성형 전후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정부도 다이어트와 성형에 관한 무분별한 과대광고를 규제하고 외모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공익광고를 해야 하며, 의류업체는 다양한 사이즈의 활동적인 옷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이 같은 노력은 최근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로 무리한 성형,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될 뿐 아니라 열등감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자신감 저하 등의 고통을 겪는 청소년들을 위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성민우회 관계자는 "개인의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것이 중요하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현상을 당연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기업, 미디어, 정부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