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을 닮은 이탈리아 디자인업체의 컨셉트카도, 전설의 스포츠카 벤츠 SLR 맥라렌도, 그 자체만으로는 모터쇼의 스포트 라이트를 독차지하기엔 부족하다.모터쇼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파트너의 도움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2백11대의 자동차가 자웅을 겨루는 서울모터쇼에 등장한 '자동차 도우미(컴패니언 걸)'들도 전시된 차량 만큼이나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모터쇼의 '꽃'은 다양한 포즈와 친절한 설명으로 관람객에게 자동차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서울 모터쇼에 투입된 도우미는 줄잡아 5백∼6백명. 국내 완성차업체와 수입차업체들이 각각 운영하던 모터쇼가 올해부터 서울모터쇼로 통합됨에 따라 도우미 수요도 예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났다.


도우미 품귀 현상이 벌어지다보니 모터쇼에 등장하기엔 다소 부족한 인물도 선발됐다는 후문이다.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도우미는 역시 레이싱 걸 출신들. 4만명에 달하는 팬카페 회원을 가진 김미희씨(25)는 벤츠의 슈퍼카 SLR맥라렌의 메인 도우미로 나섰다.벤츠는 김씨를 잡기 위해 1년전부터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포드 뉴 머스탱의 파트너로는 지난해 누드모델로도 나섰던 서다니씨(24)가 지명됐다.이밖에 김효진(24·혼다) 우희영(23·크라이슬러) 한유희(24·쌍용자동차) 등 유명 레이싱 걸들이 모터쇼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브의 김유림씨(25)는 일본 격투기인 K-1의 라운드걸 출신.지난 3월 최홍만 선수가 우승했던 서울대회의 결승전 무대에도 올랐다.인피니티의 장가현씨(29)와 혼다의 강민정씨(29), 아우디의 허정연씨(25)는 '주부 도우미'다.


외모로는 결혼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한 베테랑들이다.결혼 5년차 주부인 장씨는 "남들보다 몇배 힘들지만 세살배기 딸 예은이를 생각하고 견뎌낸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자동차 도우미들의 업무 강도는 센 편이다.


모터쇼 기간중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씩 교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이 맡은 차량의 컨셉트에 맞게 표정과 포즈를 취해야 하는 만큼 한순간도 긴장할 수 없다.


한 도우미는 "백조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말했다.수면 위로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지만 물 밑으로는 힘들게 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백조처럼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힘든 일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번 모터쇼에 투입된 도우미들은 개막 10여일 전부터 자신이 맡은 자동차를 더 쉽게 설명해주기 위해 매일 피나는 연습을 했다.


기아자동차 등 상당수 업체들은 도우미들을 모아놓고 2박3일 합숙훈련까지 했을 정도.


이렇게 일하고 받는 수입은 일당 10만∼20만원 선이다.모터쇼 기간(리허설, 교육 등 준비기간 포함)인 14일 동안 벌어들이는 수입은 2백만원 안팎. 도우미들의 연평균 소득이 2천만∼3천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번 모터쇼 동안에 한달 월급을 뽑아내는 셈이다.


물론 지명도에 따라 소득은 천차만별이다.


A급의 경우 웬만한 기업의 임원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받는다.


벤츠가 '최고 대우'를 약속한 김미희씨의 경우 모터쇼 기간중 일당 30만원 이상을 약속받아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추근대는 관람객을 맞이할 때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딴따라'로 대우받을 때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단다.


서다니씨는 "기자인 척 하면서 다리와 가슴 등을 찍어가는 '몰카족'을 접할 때 가장 화가 난다"며 "카메라 앵글이 이상한데 맞춰진 사람이 나오면 행사 진행자를 불러 따끔하게 혼내준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도우미인 이진씨(25)는 "훌륭한 도우미가 되기 위해선 자기관리가 가장 중요한데도 사회에선 도우미를 '딴따라'로 인식하곤 한다"며 "제품을 관람객들에게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일을 하는 도우미도 엄연한 전문직"이라고 강조했다.


글=오상헌·안정락·김현예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