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러온 남편을 청부살해한 40대 여성과 청부업자 2명에게 모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폭력남편에 대항, 남편을 살해한 부인에 대해 정상을 참작, 집행유예 등 선처를 베풀어왔던 최근 판례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형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11부는 26일 폭력을 휘둘러온 남편을 청부살해한 혐의(살인교사)로 구속기소된 최모(43ㆍ여)씨와 청부업자 박모(25)ㆍ강모(25)씨 등 3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이들의 범행을 도운 이모(46ㆍ여)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는 폭력을 행사한 남편에 대한 미움이 쌓여서라지만 범행을 10개월동안 계획했고 17년간 결혼생활을 한 남편의 생명을 앗아간 중대하고 반인륜적인 범죄라는 점에서 극히 엄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씨 등 2명은 최씨가 열어놓은 문을 열고 들어가 원한관계도 없는 피해자를 흉기로 잔인하고 무참하게 살해하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고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한 점 등으로 볼 때 중형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형법상 우발적 살인과 계획적 살인을 구분하지는 않지만 이 사건의 경우 선고형량을 통해 양자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남편 한모(44)씨가 자신이 외도를 한다며 상습적으로 구타하자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로부터 박씨 등을 소개받아 돈을 주고 남편 살해를 의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씨의 청부를 받은 박씨 일당은 지난해 10∼11월 수차례 교통사고로 위장해 한씨를 살해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강도로 위장, 작년 11월12일 집에서 자고 있던 남편 한씨를 살해했다. 살해된 한씨는 결혼 후 마땅한 직업없이 도박을 일삼으며 가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최씨와 3남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생 큰 딸은 "나는 왜 어머니가 아버지를 살해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어머니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여성의 전화' 이명숙 변호사는 "남편을 살해한 아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 등 당시 심리상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이 필요하다"며 "살해했다고 하는 그 결과만 보고 중형에 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부지법이 지난해 1월 20여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흉기로 살해한 부인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등 최근 사법부는 폭력남편에 저항한 점이 인정되면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관용을 베풀어왔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