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부모는 애들 학교도 보내지 말라는 건가요" 학교에서 각종 명목으로 걷어가는 불법찬조금이 학부모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자녀를 학교에 맡겨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행여 아이가 선생님에게 `찍힐까 봐' 학교에서 직ㆍ간접적으로 요구하는 불법찬조금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내고 있다. 특히 내신이 대폭 강화된 8차 교육과정 하에서 내신성적을 쥐고 있는 학교의 `압력'때문에 학부모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회장 박경양)는 지난달 9일부터 불법찬조금에 대한 신고를 받아 19일 전국 각급 학교 162개교의 사례를 발표했다. 다음은 이 단체가 밝힌 불법찬조금 사례의 일부. ▲서울 강서구 A고교 = 각반별 대의원 5명이 1인당 20만원을 냈다. 한 학년 대의원이 70명이니까 찬조금은 1천400만원이고 회장과 임원 학부모가 낸 돈까지 포함하면 2천만원에 이른다. 지출내역은 야간자율학습 감독관 수당 600만원, 교사 연수지원금 100만∼200만원, 수련회 교사 뒤풀이 지원금 200만원 등으로 아이들을 위해 할당된 금액은 없었다. 20만원 외에 `반비'라고 해서 20만원을 더 걷는 반도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돈이 무서워 반장도 한번 해볼 엄두도 내기 힘들다. ▲서울 중랑구 B고교 = 대의원 1인당 20만원을 내고 회장은 200만원, 임원은 70만원을 내 한 학년에 학부모회비라는 명목의 불법찬조금이 2천만원에 이른다. 반 대표와 회장을 겸하지 못하게 해서 돈을 낼 수 있는 인원수를 늘리는 방법까지 동원해 찬조금 규모를 최대한 불린다. 학부모회가 조직되면 회장이 대의원과 교사를 모아 대표로 식사를 대접해 상견례를 하고 이후 반 대의원 모임을 해서 돈을 모아 교사를 준다. 얼마후면 수학여행을 가는데 아이들의 간식비는 물론 교사 수고비도 주라고 한다. 8차 교육과정이 내신중심이 되면서 학교에서는 내신과 상을 잘 받는 아이가 대입 수시모집에도 유리하다며 은근히 지원을 요청한다. ▲서울 광진구 C초등학교 = 학급 임원 4명은 학급 비품 구입비, 교사간식비 등 명목으로 무조건 10만원씩 내야 하고 명예교사, 도서실 도우미, 녹색어머니회, 어머니회의에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 여기에 가입하면 또 10만원을 내야하는데 이 돈은 스승의 날 회식비, 교사 체육대회 체육복 구입비, 회식비, 목욕비, 여행비, 명절 선물비로 쓰인다. 학교에서는 반 임원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전교학부모 이사회'를 강제로 조직했는데 신설학교라서 학급비품이 모자란다는 명목으로 교장이 나서서 돈을 걷는다. 이사회 임원 6명은 70만원씩 내고 부임원도 30만원씩 낸다. ▲서울 동대문구 D초등학교 = 녹색어머니회 어머니는 교사 회식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1인당 3만원을 내야 한다. 교사도 화분, 탁자유리 등 비품을 자연스럽게 사오라고 요구하고 1학년 어머니는 아이들 간식을 제공하는데 교사는 이를 제공한 아이에게 스티커를 주는 등 위화감을 조성한다. ▲경기도 소재 E외고 = 1,2학년 700명의 학부모가 1인당 매월(방학제외) 3만원을 내고 한달 간식비로 2만원씩 12개월분을 내야하기 때문에 학부모는 1인당 1년에 54만원을 낸다. 학교는 우선 1학기분 27만원을 3월 중순까지 학급 임원에게 내라고 요구했다. 이 외에도 학급당 대의원을 10~20명 선출해 20만원씩 걷는다. 학급 임원이 되면 회장 80만원, 부회장 60만원, 나머지 4명은 40만원씩을 내 교사 식사비로 쓴다. 한 학부모가 이에 대해 지출내역을 보자고 문제를 제기하자 "아이를 졸업시키고 싶은 거냐"라며 `반 협박성' 대답을 들었다. 교장은 대의원이 모인 자리에서 "학교 발전기금을 많이 내주면 (학생에게) 좋은 것 아니냐. 일개 학부모가 학교의 일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며 면전에서 모욕을 주기도 했다. ▲인천시 F 초등학교 = 학교 축구부에서 40여명 규모로 `자부회'를 운영하는데 얼마 전 새 코치의 아파트를 얻어줘야 한다고 개인당 1천만원을 냈다. 1천만원을 내지 못한 학부모는 코치 아파트로 김치 등 반찬을 해다 나른다. 매달 축구부 회비로 17만원을 갹출해 코치 월급 130만원과 감독 월급 100만원, 부식비를 충당한다. 시합에 나가 성적이 좋으면 코치와 감독의 보너스도 줘야하고 2천만원이 소요되는 전지훈련비, 명절 선물비까지 학부모의 몫이다. 하지만 선수 기용권과 중학교 진학에 대한 권한을 코치와 감독이 쥐고 휘두르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이 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