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설치된 고압 개폐기가 갑자기 폭발하면서생긴 파편에 60대 행인이 맞아 숨지는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고압 개폐기가 서울 시내에만 8천여개가 설치돼 있어 유사한 사고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후 설비에 대한 정밀점검이 시급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발생= 8일 오후 4시2분께 서울 종로구 경운동 88번지 운현궁 맞은편 1.2m×1.2m 크기의 지상 개폐기가 3차례 폭발해 주변을 지나던 김모(67ㆍ서울 성동구 사근동)씨가 철제 덮개의 파편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목격자 김현철(23)씨는 "`펑' 소리가 나더니 개폐기 위뚜껑이 하늘로 솟아올랐고 인도쪽 철제 덮개가 동시에 폭발하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맞았다. 그 뒤로도 2차례 더 폭발음이 났다"고 말했다. 개폐기가 폭발하면서 철제 뚜껑이 사방으로 3m 정도 날아갔으며 현장과 인접한종로구 인사동과 관훈동 일대가 15분간 정전됐다. 숨진 김씨는 개폐기에서 1.5m 정도 떨어진 인도를 지나가다 참변을 당했다. ◆사고 원인= 소방당국은 2만2천900V의 특고압에 해당하는 전기가 지나는 전기개폐기가 순간적인 과부하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류의 흐름을 차단하는 개폐기는 전봇대에 달아 공중에 설치하는 기공식과 이번 사고가 난 개폐기처럼 도로 위의 철제 상자에 넣은 `헤드-마운트'(head-mount)형으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헤드-마운트 형은 지상에 있기 때문에 노후하면 절연용 가스가 새거나 쥐가 갉아 먹을 수도 있어 고장의 위험이 있다. 이번 사고도 부품이 오래돼 발생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사고 개폐기는 1994년 12월 설치된 것으로 개폐기 치고는 상당히 오래된 설비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전 측은 "월 1회 점검을 하고 연 1회 정밀점검을 실시한다"며 "가스(SF-6) 절연형 개폐기인데 부품 불량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전은 직원들을 현장으로 보내 폭발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고 있다. ◆개폐기란= 개폐기(switch)는 말 그대로 전류의 흐름을 끊고 이을 수 있는 전기 장치로 부하가 용량이 한정된 차단기와 달리 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전류를 끊어야 하기 때문에 고압일 경우 엄청난 주의가 필요하다. 개폐기는 큰 빌딩이나 공장, 지하철 역 등 대용량의 전력이 필요한 시설의 인입구(inlet)에 설치되는데 화재나 공사, 여름철 과부하 등으로 일정한 구역의 전기를잇고 끊을 때 사용한다. 하지만 이 장치는 고압 전기일 경우 작동할 때 불꽃이 튀어 사고의 위험이 있어절연 장치를 쓰는 데 기름이나 가스로 밀봉하거나 공기 중으로 분산하는 세 가지 방법을 쓴다. 이날 사고가 난 개폐기는 2만2천900V로 특고압에 해당돼 항상 사고의 위험이 높아 행인들이 다니는 길가에 설치한 것을 전혀 모르는 시민이 사고에 노출되는 셈이어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번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개폐기를 지하에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과 보수ㆍ유지 문제 때문에 국내에서는 거의 지상에 설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