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으로 결국 보호관찰 대상까지 된 청소년들과 피해 학생 가족이 얼굴을 맞대고 앉아 속에 담아왔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자리가 조촐하게 마련됐다. 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 강당에서는 학교 폭력에 연루돼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중.고등학교 학생 21명과 피해 학생 부모 3명이 둥그런 탁자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장 조정실(48.여)씨는 가해학생들에게 자신과 딸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조씨는 "딸이 중학생 때 선배들에게 끌려가 맞은 뒤 5일만에 깨어났을 때는 다치게 한 학생들이 죽도록 미웠다"며 말을 꺼냈다. 조씨는 "지방으로 전학 간 딸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는데 그때 `머리를 빨갛고노랗게 염색한 학생들'에게 내 딸 좀 잘 데리고 다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그때 친구들이 따뜻하게 대해줬고 딸도 치유될 수 있었다. 그 학생들도 착하고 순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 탓에 별로 말을 꺼내지 않았던 가해 학생들은피해 가족들이 먼저 말을 건네며 손을 잡자 자연스럽게 웃기도 하며 대화에 응했다. 조씨는 "여러 학생들과 탁자에 둘러 앉아 수다떨고 싶어 나왔다. 가해자들에게는 장난일수 있지만, 피해 학생과 가족들이 겪는 아픔은 크다"며 학생들에게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을 헤아려줄 것도 당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1회성 행사가 아니라 가해학생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으로 계획했다"며 "용서받지 못할 일을 했다는 생각 때문에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학생들이`용서받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